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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팔로알토 - Victories
    rhythmer | 2016-11-07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팔로알토
    Album: Victories
    Released: 2016-10-27
    Rating:
    Reviewer: 이진석









    2013
    [Chief Life]로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이듬해 EP [Cheers]를 발표한 팔로알토(Paloalto)는 이후 음악 외적인 사건들로 힙합 씬 안에서 꾸준히 입방아에 올랐다. CJ E&M의 하이라이트 레코즈 인수, 신인 랩퍼 심바 자와디(Simba Zawadi)와 트러블, 레이블의 주력 멤버인 비프리(B-Free)와 오케이션(Okasian)의 탈퇴 등, 여러 일이 지나갔고, 이에 대해 공개곡과 매체를 통해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불필요해 보이는 적잖은 구설수에 휩싸여야 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발표된 EP [Victories]에는 팔로알토가 그간 느꼈던 갈등과 소회, 그리고 성취감이 담겨있다.

     

    [Victories]는 담은 주제나 스타일 면에서 전작 [Cheers]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 팔로알토가 그동안 쌓아 올린 여러 성취에 대한 자축으로 내용의 뼈대를 만들고, 이를 편안한 분위기 아래 풀어내는 식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Chief Life] [Cheers]가 한 명의 음악가인 동시에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거둔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Victories]는 이보다 개인적인 영역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첫 트랙에서부터 드러나는데, Home”을 통해 그는 여러 나라로 투어를 다니는 랩퍼로서 화려한 일상과 결혼 후 겪게 된 평범한 일상을 자연스레 이어간다. 이후, 승리감과 내면적 갈등 및 해결을 교차하면서 담담한 듯 확실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가사적으로 특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점은 없지만, 그의 커리어를 계속 살펴왔다면 무리 없이 녹아들 만하다.

     

    시차적응(Jet Lag)” “Victories”에서는 이전보다 나아진 환경과 물질적 부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여타 랩퍼들과는 사뭇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청자가 막연한 동경이나 부러움을 갖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한 요소들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하는데 집중한다. 이는 [Victories]뿐만 아니라 다른 팔로알토의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앨범 단위로 꾸준히 진행된 그의 커리어는 그 자체로 훌륭한 내러티브를 갖춘 덕에 인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가 크게 톤이나 스타일을 비틀지 않아도, 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감정의 결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피처링의 활용 역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중 “No Love”에서 귀를 잡아끄는 저스디스(Justhis)의 퍼포먼스와 “Desire”에 참여한 쿤타(Koonta)의 활약은 발군이다.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폭이 엿보이는 건 프로덕션이다. 참여 프로듀서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가장 많은 비트를 제공한 리짓군즈(Legit Goons)의 요시(Yosi)인데, 적당히 세련된 터치와 변주를 거듭하며, 팔로알토의 서사에 힘을 싣는다. 특히, 두 보컬과 시너지로 서서히 비장미를 뿜어내는 대곡 구성의 “Desire”는 그의 역량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다. 앨범의 절정부에 위치해 그 효과도 뛰어나다. 이외에도 하이라이트의 새로운 멤버인 윤비(YunB)나 또 다른 신예 프로듀서 유지피(UGP),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유턴(U-Turn) , 적은 트랙 수에도 많은 이들을 프로듀서로 기용했는데, 적절한 공통분모를 갖춰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상당히 짧은 간격으로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뽑아내던 팔로알토로서는 꽤 오랜만에 작품을 내놓은 셈이다. 그리고 [Victories]는 현재 팔로알토가 서 있는 위치에서 풀어낼 수 있는 주제들을 특유의 화법으로 군더더기 없이 갈무리한 작품이다. 특히, 적절한 무드의 변화와 트랙 배치를 통해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닌 확실한 기승전결을 갖춘 작품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선 오랜 시간 씬에 몸담은 베테랑의 관록이 엿보인다. 그동안 쌓아올린 내공과 이야기의 힘을 바탕으로 완성한 본작은 팔로알토가 여전히 한국힙합 씬의 대표적인 플레이어 중 한 명임을 체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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