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재키와이(Jvcki Wai)
Album: Exposure
Released: 2016-11-02
Rating:Rating:
Reviewer: 이병주









여성 래퍼의 작품을 논할 때면 한국 여성 래퍼의 부족을 언급하는 게 하나의 수순과도 같았는데, 갑작스럽게 우린 여성 래퍼의 범람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는 큰 틀에서 보자면, 남녀를 떠나 여러 래퍼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힙합 씬이 확장되어 왔고, 일부 힙합 음악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언프리티 랩스타]와 같은 프로그램의 지분이 상당했다. 특히, 근래에 주목받는 많은 여성 래퍼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후, (모두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제대로 된 작업물도 없이 인기를 얻고, 누군가의 랩 선생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활동하는 여성 래퍼를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번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재키와이(Jvcki Wai) 역시 그중 하나다. 화나가 주최한 랩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며 등장한 그녀는 본격적인 커리어를 앨범으로 시작하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방식을 선택했다.

앨범은 아무래도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그레이(Graye)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PNSB의 앨범을 비롯한 그의 결과물을 통해 접했던 기묘한 분위기의 비트가 앨범내내 흐른다. 다채로운 드럼 위에 이질적인 음원들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앰비언트적인 접근이 또 다른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키와이의 앨범 자체가 종전의 다른 여성 래퍼들, 혹은 최근 씬의 주류 앨범 작업물과 차별화를 이루는 데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물론, 오토튠을 적극 활용한 재키와이의 랩 자체가 독특한 맛을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녀가 가진 개성과 훌륭한 비트, 적절한 참여 진의 조력이 함께 모여 빛을 발하는 “Exposure” 같은 곡은 앨범의 중요한 매력을 한껏 담아낸 곡이다. 여성으로서 겪는 부당한 경쟁 환경을 조준한 그녀의 랩이나 탄탄한 리듬 구성으로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비트, 직설적이고 화끈한 플로우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PNSB의 랩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조명을 다른 곡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독특한 맛의 랩은 큰 장점이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기능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앨범 내에서 랩이 비트에 맞춰 하나의 악기처럼 작동하고 있고, 그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비트 위 음원이 겹겹이 쌓이고, 그녀의 랩이 층을 쌓아 전개되는 순간들이 정돈되지 못한 채 만들어내는 산만함도 종종 발견된다. 게다가 반복 어구, 후렴, 구성된 멜로디 등을 걷어내고 나면, 그녀가 짠 플로우와 랩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또한, 모호한 표현에 중간중간 불필요한 영어 표현이 점철되어, 안 그래도 딜리버리에 약점이 있는 그녀의 랩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캐치해내기도 쉽지 않다. 신선하거나 인상적인 라임의 부재와 다소 지루한 배치는 이 음악들에서 랩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이 제한한다. 차라리 랩 퍼포먼스를 걷어낸 “Back To What” 같은 곡이 중독성을 바탕으로 선명하게 매력을 드러낸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사실 오래전부터 지금에 이르러서도 많은 여성 래퍼들이 제한된 스타일의 랩과 음악만을 들려줬던 것에 비하면, 재키와이의 앨범이 선사하는 경험은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여성 래퍼의 앨범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작업물을 특별히 다르게 바라보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앨범의 전체적인 틀과 일부 수록곡, 기획적인 측면에서 재미를 주는 앨범이긴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재키와이의 활약을 생각하면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설명을 넘어서, 우선은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인상적인 벌스 하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