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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김태균(테이크원) - 녹색이념
    rhythmer | 2017-01-04 | 5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김태균(테이크원)
    Album: 녹색이념
    Released: 2016-12-31
    Rating:
    Reviewer: 남성훈









    랩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테이크원(TakeOne)이 본명 김태균으로 발표한 데뷔 앨범이다. [녹색이념]은 그의 경력과 결과물을 생각해보면 이상할 정도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는 한국힙합의 기형적인 내면, 또 이와 긴밀하게 이어진 일종의 콤플렉스를 연결해보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는 2013년 일명 '컨트롤 대전' 초기, 참여 열기에 불을 지피면서도 한국힙합 시장의 문제점을 영리하게 꺼내며 현실을 꿰뚫어보는 진중한 시선으로 큰 지지를 얻었다. 이어 2015년엔 키스 에이프(Keith Ape)가 국외 인터뷰에서 했던 한국힙합 비하 뉘앙스의 발언에 반박하는 "Come Back Home"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소신 자체는 사실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한국힙합 시장 안에서는 남다른 소신이 될 수밖에 없는 가사와 지속적으로 밝혀 온 명반에 대한 의지 덕에 [녹색이념]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커졌다. 게다가 발매일조차 잡히지 않은 채 여러 차례 연기되면서 발매 이전부터 한국힙합의 소소한 떡밥으로 자리잡았다. 김태균은 2015년 마지막 날 일년이면 돼 그 날을 위해 잔을 위로라는 인상적인 후렴(Hook)이 담긴 싱글 이제는 떳떳하다를 내놓았었는데, [녹색이념]은 흥미롭게도 정확히 일년 뒤인 2016년 마지막 날 발매됐다. 과연 약간은 기이하게 형성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앨범일까?

     

    [녹색이념]은 랩퍼 김태균, 그리고 앨범 발매에 얽힌 이야기를 사전에 알지 못하더라도 꽤 독특한 감상을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관통하는 강박감이라는 코드가 있다. 서사 구성, 곡의 가사, 프로덕션까지 앨범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김태균의 강박감이 촘촘히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랩퍼로서 겪게 되는 사건들과 이를 통한 생각과 감정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앨범 진행은 상당히 직선적이고, 김태균은 다소 건조한 투의 산문체 가사로 말하려고 하는 것을 빡빡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그는 강박적으로 이런 틀을 유지하며 비장함과 진중함을 한 순간도 놓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간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앨범의 확실한 색이고,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는 구간과 곡에서는 그 효과가 크다.

     

    앨범의 범상치 않을 기운을 노골적으로 알리는 시작부터 귀를 잡아끈다. 첫 곡 섬광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가미해 비장한 분위기를 이끌다가 가스펠 코러스를 도입하고, 웅장한 무드의 프로덕션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불러온 붉은 융단이 이어지는 구간이 그렇다. 이어서 겹겹이 쌓인 다채로운 사운드가 점차 속도감을 더하며 이야기에 빨려들 듯 감흥을 서서히 증폭하는 입장이제는 떳떳하다까지의 초반 네 트랙은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김태균이 공들인 강박적 틀이 제대로 기능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만듦새의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곡에서는 그의 랩이 지닌 약점이 생각보다 크게 부각된다. 특히, 억누른 분노가 느껴지는 선언적 가사가 아닌 내면의 복잡한 감정선을 소소한 사건을 통해 나열해나가는 중반 이후의 몇 곡에서 도드라진다. 유려한 연기력과는 거리가 먼 김태균의 랩 스타일은 보여줄 때”, “”, 그리고 또 하나의 스킷(Skit) “잔상이후부터 책상전까지의 구간에서 급속도로 그 매력이 반감된다. 그 와중에 앞서 말한 앨범의 색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가사의 무드에 충실한 프로덕션이 이번엔 반대로 한계가 뚜렷한 랩 퍼포먼스와 만나 좀체 감흥을 살리지 못하고 특색 없는 수준의 비트로 흐릿해진다. 많은 양의 가사로 상세하게 나열된 화자의 감정이 랩을 통해 즉각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점점 피치를 올려가며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랩을 선보이는 동시에 [녹색이념]이 품은 작은 서사의 깔끔하고 비장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암전이 이런 약점을 꽤 상쇄하고는 있지만, 매 순간 극적인 효과를 크게 노리고 있는 앨범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녹색이념]은 곱씹어 볼만큼 치열하게 쓰인 가사를 뛰어난 전달력과 절제미로 풀어내는 김태균의 랩, 극적인 무드를 노리는 프로덕션이 일관된 기운으로 배열된 독특한 색의 앨범이다. 특히, 준수함과 아쉬움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가 앨범을 꾸미는 강박감 자체가 의외의 방향에서 앨범에 걸었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다는 건 재미난 점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많은 이가 꽤 오랜 기간 세세하게 따져보며 언급할만한 존재감 확실한 데뷔 앨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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