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민제 - Now
- rhythmer | 2017-05-23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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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민제(Minje)
Album: Now
Released: 2017-04-22
Rating:
Reviewer: 이병주
민제(Minje)는 2013년 바스코(현재는 ‘빌 스택스’)와 함께한 싱글 “Melt”로 활동을 시작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뮤지션이다. 몇 년 전 PBR&B 열풍에서 시작되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표방하는 알앤비 뮤지션들이 꽤 여럿 등장했지만, 민제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과감한 접근과 해석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면에서 돋보인다. 사실 몇 차례 발표한 초기 싱글에서는 전형적인 PBR&B의 영향 아래에 있었지만, 2016년 발표한 EP [Mojo]를 기점으로 보다 전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블랙뮤직 전문 레이블인 스톤쉽에 합류한 것 역시 그에게는 중요한 기점이었다.민제의 첫 번째 정규작 [Now]는 초반 싱글에 비해 좀 더 정돈된 형태와 스타일의 음악을 완성했던 전작 [Mojo]와 [Boy II Man]의 무드와 성취를 이어간다. 새로운 작업물 외에도 단출하고 리드미컬한 비트 위로 매력적인 멜로디를 얹어 귀를 잡아끌었던 “Do”를 비롯하여 선공개되었던 곡들이 수록되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불친절하게 다가오는 멜로디와 보컬의 비중도 상당하지만, 중간중간 중심을 잡아주는 곡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선명하고 서사적인 매력보다는 전체적으로 조성되는 묘하고 불안한 이미지가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데, 짧게 반복되거나 극단적인 패닝을 통해 등장하는 음원들과 가성을 적극 활용하며 오토튠과 필터링으로 치장한 보컬 역시 일관되고 충실하게 그 흐름을 따라간다.
다만, 앞선 작업물들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던 가사의 문제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전반적인 내용의 부실함도 문제지만, 구체적인 표현들 자체도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일반적인 측면이 있다. 그 탓에 의도한 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호한 이미지들이 프로덕션의 기운과 좀처럼 어우러지지 못한 채, 내내 떠다니는 느낌이다.
[Now]는 데뷔 이래 꾸준히 작업물을 보여준 민제가 4년 간 이룬 성장의 결과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데뷔 앨범에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설익은 듯한 투박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장르를 향한 고집스러운 탐구와 이를 통해 획득한 개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Now]의 성취와 한계는 뚜렷하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도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행보를 위한 그의 고민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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