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재지팩트 - Waves Like
- rhythmer | 2017-06-09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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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재지팩트(Jazzyfact)
Album: Waves Like
Released: 2017-05-29
Rating:
Reviewer: 남성훈
랩퍼 빈지노(Beenzino)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로 이루어진 듀오 재지팩트(Jazzyfact)가 2010년에 발표한 [Lifes Like]는 한국힙합의 역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깜짝 흥행작이었다. 무엇보다 빈지노의 경우 [Daily Apartment]에서의 객원 및 다수의 피처링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었지만, 대중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던 둘이 의기투합하여 언더그라운드 히트는 물론 범대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했다. 빈지노는 이후 한국힙합 시장에서 단숨에 가장 뜨거운 인물로 자리매김했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Waves Like]는 이 같은 그를 있게 한 초석이 된 재지팩트로서 7년 만에 발표한 후속작이다. 하지만, 첫 앨범과 달리 [Waves Like]는 빈지노나 시미트와이스의 음악 경력에서 새로운 발판이 되기엔 여러 면에서 모자라다. 빈지노는 재지팩트에 이어 솔로 앨범에서도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청춘과 야심 가득한 젊은 예술가의 모습을 함께 전시하며, 이전에는 없던 신선함을 보여줬다. 전자에서 후자로 감정적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그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Waves Like]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약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다르게 말하면 재지팩트만의 매력을 발견하기 어려운 애매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첫 트랙 “Journey”에서부터 마치 빈지노의 [12]에서 이어지는 듯한 가사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번엔 그의 장기인 순간적으로 감정선을 건드리는 연출력을 좀체 보여주지 못한다. 신선한 기운을 환기하던 일상적이면서 뻔하지 않은 단어선택도 곡에 감각적으로 녹아 들지 못하고 붕 떠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런 약점은 퍼포먼스에서도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Cross The Street”에서의 속도감 있는 진행은 2011년의 싱글 “Big”에 여유를 더한 듯한 가사의 멋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또한, 많은 트랙에서 점점 비중을 늘린 랩-싱잉은 후렴구로 기능할 때는 강력하지만, 곡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기엔 특징적인 장점이 부족해 지루함을 가중한다. 결국, 물 흐르듯 랩을 이어가면서도 힘 있게 중심을 잡아내는 천부적인 능력과 앞서 언급한 빈지노가 구축한 매력의 아우라에 적극적으로 기대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물론, 그것 자체가 대체 불가의 감상포인트인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시미 트와이스의 프로덕션은 [Lifes Like]에서 재즈 샘플을 적극 활용하던 방식과는 거리를 둔 채, 좀 더 어반한 사운드에 가까워졌다. 굵직하게 곡을 관통하는 샘플링에 다양한 사운드를 산만하지 않게 배치하여 풍성하고 몽환적인 기운을 만들어낸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비록, 듀오의 이름이 상징하는 색은 희미해졌지만, 전작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빈지노가 시미 트와이스 이후 프로덕션 파트너로 함께한 피제이(Peejay)라든지, 솔로 히트곡에서 함께한 프로듀서들과 비교했을 때 둘의 시너지가 비교우위에 있는가 하면 회의적이다. 결국, 시미의 프로덕션이 좀 더 견고해지긴 했으나 다른 이들과 구별되던 특유의 색이 바래지고 비슷한 영역에 진입함으로써, 빈지노의 앨범이 아닌, 재지팩트의 앨범으로서 매력은 반감된 셈이다.
특히, 일본의 시티팝 "Last summer whisper"(Anri)를 샘플링한 “하루종일”의 후렴구가 귀에 맴돌긴 하지만, 킬링 트랙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동안 앨범 단위의 결과물에서 히트곡, 혹은 강렬한 인상의 곡을 남겼던 빈지노의 경력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전반적으로 너무나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앨범의 약점을 상쇄할만한 지점이 없는 것이다. [Waves Like]는 그들의 첫 앨범 [Lifes Like]의 위치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실력파 랩퍼와 프로듀서가 뭉친 팀의 밋밋한 결과물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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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터스 (2017-06-10 14:22:52, 1.226.29.**)
- 일본의 80년대 시티팝이 로파이 힙합 같은데서 많이 쓰이는건데 재지팩트로 듣게 될 줄 몰랐네요... 그 점은 신선해서 좋지만 전작보다 더욱 재밌는 재즈 샘플링 기대했는데 솔직히 좀 그렇긴 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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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uba (2017-06-09 17:57:29, 182.226.86.**)
- Lifes Like도 무단 샘플링 논란이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시미 트와이스가 작법을 바꾼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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