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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리짓군즈 - Junk Drunk Love
    rhythmer | 2017-09-17 | 7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리짓군즈(Legit Goons)
    Album: Junk Drunk Love
    Released: 2017-08-31
    Rating:
    Reviewer: 이진석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의 결과물에선 늘 게으른 한량의 기운이 흘러나오지만, 실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핵심 멤버들인 랩퍼 뱃사공, 블랭타임(Blnk-Time), 제이호(Jayho)가 솔로 앨범을 차례로 발매한 뒤 작년엔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Camp]를 발표했고, MD상품 제작을 비롯한 음악 외적인 활동으로도 꾸준히 청자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크루에게 쏠리는 관심이 한창 높아지는 가운데, 1년 만에 발표한 새 컴필레이션 [Junk Drunk Love]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크루의 색채가 전보다 더욱 진해진 동시에, 프로덕션과 랩핑은 전에 없던 세련미를 갖췄다.

     

    음악적인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레이드백(Laid-Back)한 프로덕션이 주를 이룬다. 달라진 점이라면, 컨셉트에 맞춰 일관되게 청량한 무드로 진행하던 [Camp]와 달리 좀 더 다양한 면모를 내비친다는 점이다. [Camp]를 주도했던 어센틱(Authentic)의 비중이 줄고, 최근 하이라이트(Hi-Lite)에 입단한 요시(Yosi)나 지난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코드 쿤스트(Code Kunst)를 비롯하여 빅라이트비츠(Biglightbeatz), 아이딜(iDeal) 등 크루의 프로듀서가 총출동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재지한 무드의 베이스와 건반 터치가 인상적인 “7-Eleven”, 내달리는 듯한 밴드 사운드로 완성한 “Trucker”, 몽롱한 음색의 관악기가 빼어난 무드를 조성하는 “Get Fresh” , 프로덕션 대부분이 견고하다.

     

    랩퍼들의 활약 역시 인상적이다. 새로운 멤버 재달(Jaedal)을 포함한 네 명의 랩퍼들은 누구 하나 독단적으로 치고 나가지 않으면서도 각기 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멜로디컬하게 뽑아내는 블랭타임(Blnk-Time)의 후렴은 더욱 노련해졌고, 능수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플로우를 구사하는 뱃사공의 랩은 여느 때보다 타이트하다. 제이호(Jayho)도 칠(Chill)한 분위기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레 녹아들고, 걸걸하고 구수한 재달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앨범의 컨셉트 면에서도 리짓군즈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정크푸드에 본인들의 삶과 음악을 대입한 리짓군즈는 느긋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절절하면서도 낭만적으로 풀어낸다. 씬의 주류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그들의 위치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은 한탄 섞인 신세타령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남의 삶을 살 바엔 part-time living’, ‘핸들을 잡을 수가 없다면 암만 빨라도 난 그저 손님인데등의 구절 등을 통해 고집스러운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기조를 다잡는다.

     

    [Junk Drunk Love]는 이처럼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써 이상적인 요소들을 갖추었다. 거의 모든 크루원이 동원되었음에도 산만해지긴커녕 집단의 색을 더욱 농밀하게 담아냈으며, 각 멤버의 개성 역시 빠짐없이 녹아있다. 여전히 익살스러운 어투로 게으른 청춘과 비주류의 삶을 노래하는 리짓군즈의 음악관은 변함없지만, 그 결과물의 깊이는 점점 더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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