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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제리케이 - OVRWRT
    rhythmer | 2017-12-15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제리케이(Jerry. K)
    Album: OVRWRT
    Released: 2017-11-28
    Rating:
    Reviewer: 남성훈









    제리케이(Jerry. K)는 데뷔 EP ['
    一喝'(일갈)] 이후, 10년 넘게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랩퍼다. 특히, 비판적인 시선의 가사로 치열하게 사회를 파고들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써 존재감이 되었다. 다만, 초기적 가사는 전형적인 사회비판 소재를 강박적 작법으로 다룬 탓에 많은 부분이 오히려 피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최근작인 [현실, ] [감정노동]을 지나며 현실적 깊이와 감정적 여유, 약간의 유머를 더해가며 성공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미쳐가에서해커스와 시크릿”, “발전을 논하는가에서축지법으로의 변화가 좋은 예일 것이다.

     

    이렇듯 그의 경력에서 사회비판적 가사가 주로 부각되었지만, 결과물의 절반 정도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시선이 향하는 방향은 완전히 반대지만, 그 결은 비슷하다. 2 [True Self]와 믹스테입 [Dope Dyed]가 대표적인데, 주로 힙합 음악에서 파생된 생활방식을 통해 각성한 자신을 전시하고 있는 점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별도의 작업물인 [연애담] 시리즈로 분리한 것도 제리케이가 가진 치열함과 강박감의 산물로 여겨진다.

     

    신작 [OVRWRT]은 크게 나누어진 그의 방향 중 후자, 즉 자신을 파고들어 전시하려는 쪽이다. 따라서 [True Self] [Dope Dyed]를 잇는 연작으로 감상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창작 동기로 읽히는 주제의식 역시 동일하다. 일종의 자아 각성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타이틀 자체가 덮어 쓴다는 의미다. 그는 할 말은 하는 사회비판 랩퍼로서 지지를 얻었고, 힙합의 저항적 이미지의 큰 수혜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최근 몇 년간 사회 비판의 시선을 젠더 이슈와 소수자, 약자 혐오 담론으로 점차 옮겨갔다. 해당 이슈들의 그라운드 제로인 트위터를 소재로 한 “#MicTwitter”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균열이 발생한다. 민주화-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사회문제를 끄집어 낸 남성중심서사의 대의적 비판자로서 제리케이를 지지하던 이들이 새로운 비판 영역에는 이물감을 느낀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숙도와 그의 행보가 발을 맞추지 못하니, 드디어 사회의 공격을 받는 사회비판자, 어쩌면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처지에 놓인 제리케이는 다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초반 “OVRWRT”아이봉 (アイボン)”을 통해 공격적인 화법으로 자신을 우위에 놓은 채 전시하기 시작하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결코 밝거나 긍정적이지 않다. 첫 두 트랙은 “Mercy”부터 시작되는 한국사회, 또는 한국 힙합 씬과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며 얻은 피로감과 우울 등이 뒤섞인 억하심정을 보이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게스트 슬릭(Sleeq)이 경력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격한 감정을 이끌어내는걸리버이후 마지막 트랙셰셰셰 (Yes Yes Yeah)”까지 후반부 트랙들이 이를 해소하지만, 이 역시 중반부 내면의 먹먹함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곡의 배치와 구조는 제리케이의 진보적인 사회의식을 보여주면서도, 그가 겪는 씁쓸한 뒷맛을 함께 보여주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앞뒤로 지원을 받아 그 의도가 뚜렷한 중반부 네 트랙들이 주는 정서적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가사들은 때론 지나치게 장식적이거나 모호한 과잉으로 뒤덮여 있고, 일상적 언급은 이와 잘 섞이지 못한 채 밋밋하게 겉돈다. 무엇보다 가사로 나열한 표현을 극적으로 끌어내는 퍼포먼스의 부재가 아쉽다. 참여한 던말릭(Don Malik)과 슬릭의 랩에서 풍부한 감정선이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청량감 때문은 아닐 것이다.

     

    프로덕션은 제리케이의 앨범 단위 결과물 중 가장 돋보인다. 특유의 뭉개지듯 끈적이는 베이스의 펑키함이 돋보이는 제리케이의 비트는 각 사운드 요소간에 이루어진 명료한 분리로 이전보다 공간감이 주는 맛을 더했다. 적절한 변주의 타이밍이 주는 환기 역시 치켜세울 만 하다. 외부 프로듀서들의 조력 역시 별다른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특히, 앨범 전체의 인상을 하나로 모으면서, 각 트랙의 개별적 무드가 구분되어 기억된다는 것은 [OVRWRT]의 가장 큰 성취다.

     

    제리케이는 자신의 신념과 힙합 시장의 부정합을 여러 차례 짚고 있지만, [OVRWRT]은 사실 힙합의 장르 문법과 잘 부합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힙합이라는 주류 음악을 하는 비주류가 다시 그 안에서 비주류가 되었을 때 겪은 부조리함과 이에 따른 다양한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편성을 띄지 않는 영역의 목소리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랩/힙합의 장르 가치와 긴밀하다. 더해서 제리케이는 그렇게 규정한 정체성이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반 이후 겹겹이 쌓아가는 감정과 자기서사를 극적으로 풀어내는 경지엔 이르지 못했다. 주제와 구성의 미덕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내면을 담금질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일정 수준 이상의 음악을 통해 표면화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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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지개씨리얼 (2018-02-12 14:14:26, 182.222.252.**)
      2. 그냥 제리케이라는 래퍼한테 어울리는 앨범 같진 않아요
      1. dubdub (2018-01-05 09:07:34, 222.102.78.**)
      2. 이센스윙스님 뭐가 무서우세요? 님이 힙합 커뮤니티 여기저기다 싸놓고 다니는 똥이 얼만데 모르기가 더 힘들지 ㅋㅋㅋㅋ 님이 님 손으로 올린 게시물에서 님 본명이랑 다 밝혔으면서 그걸 아는 사람이 있다고 무서워하는게 말이 됩니까 ㅋㅋ
      1. 이지훈 (2018-01-05 07:38:16, 121.157.18.***)
      2. 이센스윙스 정말 추하네요.
        리드머 필진들 트위터에서 쫓아다니면서 쌍욕하고, 리드머 와서 난장부리고, 다른 힙합 커뮤에서 리드머 욕하던데ㅋㅋㅋㅋ

        평론가들 욕하는 사람들이 평론가들 사실 아티스트 못해서 평론하는 거라고 욕하던데, 이센스윙스님은 평론가도 못되어서 허구헌날 평론가들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욕하심?? 애잔하네 진짜ㅋㅋㅋ
      1. dubdub (2017-12-20 06:02:32, 222.102.78.**)
      2. 이센스윙스 분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계시네 ㅋㅋㅋ 정성 ㅎㅎ 엘이에서 짤리고 힙플에서 그 난리치고 정말 한국힙합계 트롤링의 상징으로 남을 그 이름 이.센.스.윙,스
      1. 이승학 (2017-12-19 03:25:51, 59.13.122.**)
      2. 제리케이 랩 퇴물이란 의견... 제리케이란 얘기 나오는 데 마다 등장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가네요... 오히려 10년 넘게 힙합씬에 머물면서 이렇게 트랜드 맞춰가는 사람도 드문데?? 그 중엔 제리케이 앨범 하나도 안들어본 분들이 대다수일 듯해요. 그냥 블랙넛이랑 있었던 디스전같이 시덥잖은 가십들만 보고 정작 힙합씬에 깊은 관심이 없고 겉만 핥는 그런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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