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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김심야와 손대현 - Moonshine
    rhythmer | 2018-01-02 | 4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김심야와 손대현
    Album: Moonshine
    Released: 2017-11-28
    Rating:
    Reviewer: 이진석









    이센스(E-Sens)의 걸작 [The Anecdote]의 유일한 피처링으로 주목받은 김심야는 프로듀서 프랭크(FRNK)와의 듀오 XXX(엑스엑스엑스) 활동을 통해 확실한 기대주로 올라섰다. 변주를 무기로 변화무쌍하게 몰아치는 프랭크 특유의 프로덕션과 치열하게 맞물리는 김심야의 랩핑은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이후 그들이 속한 레이블 바나(Beasts And Natives)로부터 꽤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TDE(Top Dawg Entertainment) 소속의 랩퍼, 아이제야 라샤드(Isaiah Rashad) [The Sun’s Tirade]에 주력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디 샌더스(D. Sanders aka 손대현)를 영입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심야와 디 샌더스의 합작 믹스테입 계획이 나왔고,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나고 나서야 [Moonshine]이 발표됐다.

     

    김심야는 XXXEP [KYOMI] 이후, 싱글과 공개곡을 통해 프로덕션 스타일에 관계없이 탁월한 랩 실력을 선보였다. 이번 [Moonshine]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샌더스의 프로덕션은 루핑을 기반으로 비교적 건조하고 정직한 진행이 돋보인다. 프랭크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김심야의 랩은 위화감 없이 펼쳐진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음절을 욱여넣지만, 깔끔한 발성과 꽉 조이는 플로우로 자연스럽게 정돈한다. 특히, 마디에 크게 구애되지 않아 언뜻 즉흥적으로 보이는 플로우는 꽤 정교하게 짜여있다.

     

    직선적으로 뻗는 가사는 여전하지만, 전작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KYOMI]에서는 정해진 컨셉트와 제한적인 주제선정 탓에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한국힙합, , 사랑에 대해 한껏 꼬인 시선으로 풀어낸 [Moonshine]의 콘텐츠는 매력적이다. 일관되게 이어지는 태도와 별개로 주제적인 폭이 넓어지며 김심야의 캐릭터 역시 보다 입체적이고, 선명해졌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그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열등감을 주된 정서로 깔고, 보다 개인적인 고뇌를 끌어온 사랑같은건은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건, 앨범 내내 반복되는 자기비하와 열등감이 역설적으로 자기과시적인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작중 이딴 걸로는 집 한 채도 못사는 걸’, ‘주식으로 치면 개미’, ‘뭣도 나는 이제 무의미 / Fuss it man I’m a 취준생 now’ 등의 구절로 본인의 상황을 자조하면서도, 나아가선 실력을 과시하고 시스템을 비꼬는 식이다. 그는 이렇듯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를 비꼬는 과정에 적당한 위트를 섞어 지루하지 않게 풀어간다.

     

    앨범의 또 다른 주역 디샌더스는 최소한의 변주로 랩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면서, 한결같은 톤으로 존재감을 지킨다. 대부분 느긋하게 레이드-(Laid-Back)된 무드로 흘러가는 와중에 “Process”“Take a Look” , 타이트하게 조이며 요소요소에 방점을 찍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펑키한 기타 루프를 중심으로 댄서블하게 마감된 보너스 트랙 “Baggage Claim”은 김심야의 랩과 가장 찰지게 맞물리며 훌륭하게 앨범을 매듭짓는다.

     

    [Moonshine]은 기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완성되었다. 몇 개의 공개곡으로 앨범의 색채를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으며, 워낙 색이 확실한 두 아티스트의 합작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결과가 실망스러웠냐 하면, 그 반대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여전히 가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한영혼용이 그렇다. 이전처럼 단조롭게 마디만 채우는 라인은 줄었지만, 여전히 과하여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러나 본작을 통해 김심야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가사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사실을 보여줬으며,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탁월하다. ‘1 MC 1 프로듀서포맷의 앨범에서 서로의 색을 해치지 않으며 이만큼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젊고 재능 있는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어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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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hekasian (2018-11-21 22:10:52, 175.223.22.**)
      2. 이글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1. hong2 (2018-01-04 17:17:17, 49.49.250.**)
      2. 앨범 인트로가 준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심야가 랩 할 때 상당히 지쳐보이는 느낌이였어요. 의도한건지 아니면 저만 그렇게 느낀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좋았던 믹스테잎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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