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스윙스(Swings)
Album: Upgrade III
Released: 2018-03-24
Rating:
Reviewer: 남성훈









스윙스의 디스코그래피는 연작으로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독 혹평받았던 두 앨범 [Growing Pains]와 [Vintage Swings]를 제외하면, 전부 시리즈로 이어진다. 2007년부터 시작된 [Punchline King] 시리즈는 스윙스의 성공적 브랜딩의 기반이 됐고, [#1 Mixtape]과 (그 중 하나가 정규 앨범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Levitate] 시리즈는 왕성한 창작욕을 대변하는 믹스테입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또한, [감정기복] 시리즈는 EP 단위의 결과물을 대표하며, 정규앨범과 믹스테입 사이의 공간을 독특한 바이브로 잘 채워 나가는 중이다. 여러 갈래의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면면을 분리하면서도 견고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영민함이 돋보인다.

 

그중 스윙스의 작품을 대표하는 시리즈는 단연 [Upgrade]다. 그의 공식적인 데뷔나 마찬가지였던 2008년의 [Upgrade EP]가 힙합 씬과 팬들에게 선사한 만족감은 대단했고, 2011년 [Upgrade II]는 실력, 완성도, 주제의식의 균형이 놀라운 시너지를 낸 앨범이었다. 무엇보다 [Upgrade] 시리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윙스의 경력에 방점을 찍은 것은 물론, 한국 힙합의 흐름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Upgrade EP]는 ‘펀치라인’을 내세워 한국 랩 가사 작법의 방향을 틀었고, [Upgrade II]는 당시 랩 괴물로 불리던 이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더불어 거의 유일하게 래퍼가 주도하는 대형 힙합 엔터테인먼트 앨범의 정수를 선보였다.

 

스윙스 역시 [Upgrade] 시리즈의 중량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Upgrade II]를 발표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업그레이드는 구상 중이긴 한데, 제가 힙합 씬을 넘어서 사회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때가 되면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7년만에 후속 앨범 [Upgrade III]가 나왔다. 표면적으론 ‘Upgrade’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비로소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 인지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Upgrade III]는 그런 의도와 기대를 충족시키는 앨범인가.

 

[Upgrade III]는 스윙스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펼쳐 보인 몇 갈래의 주제의식, 혹은 면면의 집합체다. 그는 언제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강박적일만큼 자신을 중심에 놓았었다. 그렇기에 그의 다양한 면모를 재구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앨범은 16트랙을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첫 곡 “Upgrade III”부터 “Master Mind”까지의 구간이다. 스윙스가 오랫동안 분노와 치열함의 근원으로 말하며, 선보여온 -한국힙합 씬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물에서 모두를 엿 먹이는 인물이 되는- 자기 서사를 담은 트랙들이다.

 

[Upgrade II]에도 이러한 자기 서사가 담겼고,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랩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한국힙합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이블의 사장으로 성장한 그의 입장은 같은 주제라도 또 다른 매력을 부여한다. 특히, 자신을 [왕좌의 게임, The Game of Thrones]의 등장인물인 존 스노우(Jon Snow)로 상정하는 “Jon Snow”에 이어 이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를 과시하는 “Shit is Real”로 이어지며 던지는 쾌감은 대단하다. 스윙스의 행보에서 비롯된 힙합 엔터테인먼트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내 말을 씹고 뱉어도 넌 했어 가글링, 이미 맛을 알지 한때 힙합 마블링’처럼 재치 넘치는 라인이 그만의 자기 서사와 섞여 웃음과 비장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지점도 여전히 돋보인다. 오로지 스윙스만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성취를 찾기 힘든 영어 랩으로 첫 벌스를 채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2007”의 두 번째 벌스가 주는 임팩트도 대단하다. 그러나 “Young CEO”부터 시작되는 내면의 꼬인 감정을 폭발 시키고, 때론 차분히 설명하면서 풀어나가는 트랙들부터 앨범의 견고함은 급속도로 무너져 버린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분노와 함께 토로하는 “Young CEO”의 랩은 성급한 기운의 퍼포먼스로 산만함만 남아 효과적이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화제였던 ‘옥타곤 키스남’이라는 별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헝클어진 모습을 유쾌하게 전시하려는 “Octagon”은 제목이 주는 기대가 무색할 정도의 밋밋한 전개로 별다른 재미나 쾌감을 주지 못한다. 좀 더 차분한 기운의 “문 뒤”와 “Wave”도 정돈되지 않은 가사와 퍼포먼스가 주는 허술한 연출 탓에 담고자 하는 감정이 깊이 있게 전달되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매력적이고 심층적일 수 있었던 구간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더구나 이 구간의 프로덕션이나 랩 퍼포먼스가 노골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적극적인 도입과 확장을 노리고 있기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약점이 더 크게 드러난다. 스윙스가 안정적인 실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는 올-라운더(All-Rounder) 랩퍼임은 분명하지만, 그 편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런가 하면, 스킷(Skit) “0개국어” 이후의 두 곡, “Visit You”와 “진료기록”은 스윙스가 지닌 의외의 강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이다. 여전히 스윙스는 힙합 씬 내에서 벌어진 사건과 이를 전면에 부각시켜 랩으로 돌파하며 쌓은 악명 아닌 악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완성도 있는 대중친화적인 팝 넘버도 꾸준히 내놓았다. 어반한 팝 무드의 프로덕션에 잘 녹아드는 스윙스의 보이스는 랩과 보컬을 오가며 능글맞은 동시에 진중하게 트랙을 이끄는데, 이러한 전개가 스윙스의 표면적 이미지를 훼손하기보다는 그 이면을 풍부하게 해준다. 특히, 그레이(Gray)가 프로듀싱한 “진료기록”에서 가볍게 툭툭 뱉듯 멜로디를 타며 펑키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감각은 치켜세울 만하다.

 

앨범의 후반을 장식하는 “Holy”와 “매일”은 여러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나누려는 트랙의 연장선이다. 이번엔 전보다 좀 더 고민하고 경청하는 성숙함을 드러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문제는 목적이 확실하기에 더욱 견고하여야 할 가사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 탓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차라리 괴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을 정도다.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종교적인 갈등과 해석으로 풀어내려 한 “Holy”의 가사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도, 종교적 함의도, 나아가 사회적인 논의로도 전혀 확장되지 못하고 겉도는 수준이다.

더해서 강력한 감흥을 주곤 했던 스윙스의 내레이션은 무려 15분간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힙합은 물론, 사회를 전혀 결부시키지 못하는 메시지로 점철되었다. 이 탓에 스윙스의 격양된 감정 전달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겨낼 거야 강해질 거야 업그레이드할 거야’란 앨범의 메시지를 던지는 “매일”이 주는 감흥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윙스는 그의 대표 시리즈인 [Upgrade]를 통해 여전히 뛰어난 랩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Upgrade III]가 7년만의 후속작으로써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메시지나 이를 통한 영향력을 획득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많은 부분에서 이를 의도한 부분이 읽히기에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