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솔리드 - Into the Light
- rhythmer | 2018-04-03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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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솔리드(Solid)
Album: Into the Light
Released: 2018-03-22
Rating:
Reviewer: 강일권
‘90년대 가요계에서 그룹 솔리드(Solid)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비록,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1993년 ~ 1997년),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들의 음악과 보컬 퍼포먼스는 한국 알앤비 열풍의 효시였다. 데뷔가 성공적이진 않았다. 015B 장호일의 지휘 아래 발표한 1집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묻혔다. 그러나 “이 밤의 끝을 잡고”를 앞세운 2집 [Solid the Magic of 8ball]이 크게 히트하며, 그해 가장 주목받는 그룹이 되었다.
김형석과 정재윤이 함께 만든 “이 밤의 끝을 잡고”는 각각 팝 발라드와 알앤비에 기반을 둔 두 작곡가의 장점이 제대로 화학작용을 일으킨 명곡이었다. 특히, 블랙뮤직이 비주류이던 시절,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발라드화되지 않은 알앤비를 근사하게 구현한 점은 오늘날까지도 솔리드를 기억하는 이유다.그들이 ‘97년에 발표한 4집 [Solidate] 이후, 긴 휴식기를 가진 지 2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보컬 김조한은 착실히 솔로 커리어를 쌓아왔고, 프로듀서 정재윤 역시 대만과 중국 등지를 오가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래퍼 이준만이 원래 살던 미국으로 건너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시간이 흘러 멤버 개개인의 존재감은 미미해졌지만, ‘90년대 가요계를 기억하는 이들은 물론, 당시 힙합과 알앤비에 빠졌던 이들에게 솔리드는 여전히 뭉클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이번 솔리드의 컴백은 감격스럽다. 단지 히트곡이 있고 데뷔를 일찍 했다는 이유로 ‘대단한 베테랑’ 대우를 받는 경우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새 앨범을 들고 왔다는 점부터 느낌이 남다르다.하지만 그들을 향한 상찬은 딱 여기까지다. 가장 중요한 새 앨범 [Into the Light]은 매우 안이하고 실망스럽다. 시작은 인상적이다. 그룹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독 콘서트에서 여운을 남겼던 이준의 멘트(“오늘로 마지막이에요. 근데 솔리드는 마지막이 아닙니다.”)를 담은 “1996”에 이어 새롭게 편곡한 1집 수록곡 “기억속에 가려진 너의 모습”을 짧게 반복한 “기억속에 가려진 너의 모습 Flashback”으로 넘어가는 도입부는 추억과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신곡들은 무색무취의 연속이다.
프로듀싱을 맡은 정재윤은 이번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표방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의도는 총 4개의 신곡 중 타이틀곡 “Into the Light”을 포함한 3곡에 걸쳐 드러난다. 현재 미국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주된 스타일 중 하나인 ‘딥하우스(Deep House)에 가까운’ 음악들이다. 정재윤이 프로듀싱했던 그룹 아지아틱스(Aziatix)의 연장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재윤의 프로덕션은 작은 장점조차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한 트렌드 구현에 머물렀고, 덩달아 트렌드를 좇은 김조한의 보컬에선 특유의 매력이 소멸됐으며, 여전히 중저음의 매력에만 기댄 이준의 랩 또한 세월의 간극을 체감케 할 뿐이다. 더구나 멜로디마저 귀를 잡아끌지 못한다. “Here Right Now”에서 비교적 멜로디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곡들과 상대적인 의미에서다.
[Into the Light]은 굳이 솔리드의 앨범이 아니더라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곡들로 점철됐다. 유일한 소울 팝 넘버 “내일의 기억 Memento”도 마찬가지다. 본작에 담긴 곡들은 ‘시대에 맞는’다기보다 ‘시대에 널린’ 미국 메이저 알앤비 바라기 트랙에 가깝다. 솔리드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에는 시도만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당시 솔리드는 단지 시도를 넘어 탁월한 완성도와 개성까지 수반한 그룹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의 낮은 완성도가 더욱 아쉽다. 정재윤이 내세운 ‘퓨트로(Future+Retro)’란 장르명도, 왕년의 히트곡 “천생연분”의 리믹스를 두 곡이나 수록한 것도 뜬금없고 구차하게만 다가온다.누군가에겐 컴백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인 완성도가 담보되지 못한 컴백은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Into the Light]은 '옛 추억 우려먹기' 류의 앨범보다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시도도, 베테랑의 관록도, 심지어 회상의 맛도 없다. 시대를 풍미한 한국 알앤비 아이콘의 참으로 씁쓸한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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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애 (2018-04-03 20:42:22, 118.37.246.***)
- 별 한 개 반은 리드머에서 처음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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