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사이먼 도미닉 - DARKROOM: roommates only
- rhythmer | 2018-06-25 | 3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Album: DARKROOM: roommates only
Released: 2018-06-15
Rating:
Reviewer: 이진석
이센스(E-Sens), 스윙스(Swings), 베이식(Basick) 등의 랩퍼들이 연달아 등장한 ‘2000년대 중반,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은 이들과 더불어 씬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신예 중 하나였다. 어드스피치(Addsp2ch)와 케슬로(Keslo)의 앨범에 각각 참여해 역량을 드러낸 그는 묵직하면서 낮게 깔린 발성과 속도감 있는 랩핑으로 단숨에 기대주가 되었다. 이센스와 함께했던 슈프림팀(Supreme Team)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지만, 둘의 솔로 활동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아메바 컬쳐(Ameba Culture)와의 결별 후, AOMG의 공동 CEO로 취임한 그는 인터뷰 등에서 여러 번 앨범에 대해 언급했지만, 발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앨범을 고대하던 힙합 커뮤니티는 점차 기대를 분노로 바꾸었고, 사이먼 도미닉을 불성실함의 아이콘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시선에서 비롯된 불안과 강박은 갑작스레 발매된 그의 앨범 [DARKROOM: roommates only]의 주요한 주제의식이다.
사이먼 도미닉은 특유의 능글맞은 캐릭터를 누르고, 공백기를 뒤덮은 어두운 감정을 작품 전면에 끄집어낸다. 자연스레 그가 주로 다루던 자기과시보단 철저히 내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가 그리고자 한 감정선은 선명한 동시에 전형적이다. 인트로를 겸해 앨범의 컨셉트를 단적으로 담은 “Roommates Only”를 지나 연달아 쏟아지는 꼬인 심리와 개인적인 우울은 “데몰리션 맨”을 통해 절정에 닿는다. 그 뒤 터져버린 감정을 뒤이은 두 곡, “귀가본능”과 “얼라”를 통해 해소하는 식이다.
이 같은 서사의 전형성 자체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요는 이 흐름을 얼마나 매력적인 방법으로 풀어냈는가다. 결과적으로 담아내고자 한 이야기의 무게는 느껴지나 풀어가는 방식과 사이먼 도미닉에게 기대했던 기술적인 매력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전과 달리 힘을 쭉 빼고 뱉는 그의 랩은 여유롭기보단 붕 떠 있고, 몇몇 트랙을 이끌어가는 랩-싱잉은 헐겁다. 일부 구간 멈블 랩을 차용한 듯 웅얼거리는 퍼포먼스 역시 의도적인 스타일 구현이라기보다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나마 후반의 두 곡, “귀가본능”과 “얼라”에선 비교적 견고한 플로우를 확인할 수 있다.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느낀 감정을 덤덤히 풀어갈 뿐, 특별히 귀를 잡아끄는 표현이나 감흥을 키우는 지점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암울한 개인사와 뒤틀린 심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지만, 슬럼프에 빠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이야기의 힘이 달리는 탓에 중반까지의 진행은 일종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 흐름상 전환점이 되어야 할 “데몰리션 맨”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단선적인 감정의 나열만 거듭된 결과, 갈등-극복의 서사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절반 이상의 프로덕션을 담당한 신인 프로듀서 디크로(Dihcro)는 가벼운 터치와 침잠된 분위기로 컨셉트에 걸맞은 옷을 제공한다. 비트의 완성도는 평이한 정도지만, 사이먼 도미닉이 의도한 무드를 꽤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다만 좋은 시너지를 냈다고 보긴 어렵다. 메인 프로듀서보다 오히려 앨범 막바지에 다른 이들과의 협업에서 사이먼의 준수한 역량이 드러났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다.
[DARKROOM: roommates only]는 긴 공백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완성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를 극적으로 부각해야 할 음악적인 결과가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사이먼 도미닉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기간,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와 진심이 지닌 무게, 평은 갈릴지언정 확고했던 랩 스타일 등등, 그와 본작을 둘러싼 여러 요소를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뒷맛이 쓰다.
30
-
-
- Enomis (2018-06-26 05:04:19, 120.50.80.**)
-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라인 말고는 싹 다 귀를 훑고 지나갈 뿐, 어떠한 감흥도 없더군요.
그러고 보면 인지도가 참 좋긴 좋아요.
쌈디 앨범을 기다리면서 그를 놀리는 게 하나의 거대한 놀이가 되고, 결국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다니.
그만큼 인간 정기석이 지닌 매력의 힘이 크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