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김하온 - Travel: Noah
- rhythmer | 2018-09-17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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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하온
Album: Travel: Noah
Released: 2018-09-05
Rating:
Reviewer: 황두하
하이어 뮤직(H1GHR MUSIC) 소속의 랩퍼 김하온(HAON)은 올해 초 방영한 [고등래퍼2]를 통해 주목받았다. 속도감 있게 뱉어내는 랩과 꽤 명확한 전달력, 그리고 10대의 시선에서 삶을 긍정하는 철학이 담긴 가사로 프로그램 시작부터 시선을 끌었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캐릭터로 인기를 누리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청량한 트랩 비트 위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노래한 마지막 경연곡 “붕붕”은 그의 재능과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곡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등장이었다.그런 김하온이 발표한 첫 번째 EP [Travel: Noah]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음악들의 연장선에 있다. 그루비룸(Groovy Room), 떨스데이(Thurxday), 보이콜드(Boycold)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트렌드를 차용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밝고 아기자기하게 마감되었다. 그래서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김하온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 라틴 음악이 연상되는 어쿠스틱 기타 라인이 인상적인 미디엄 템포 트랙 “Noah”, 색소폰과 피아노가 씁쓸한 느낌을 자아내는 “Good Night”은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괜찮은 편이다.
특히, “Good Night”은 앨범의 정중앙에 위치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Whachuwant”까지 이어지던 긍정적인 바이브가 “Good Night”을 기점으로 씁쓸함 감성이 더해지면서 조금 더 입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10대의 시선에서 느낀 인생의 무상함과 복잡함을 노래한 마지막 트랙 “Intro”가 끝나면 묘한 여운이 남는다. EP라는 작은 볼륨 안에서 상당히 영리하게 앨범을 구성한 것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러나 가사는 아쉽다. 삶의 복잡다단함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한 어휘 선택과 의미 전달을 어렵게 하는 과도한 한영혼용이 발목을 잡는다. 또한, 마디 안에 너무 많은 단어를 채워내려고 한 탓에 감흥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쓰거나 문장 구성을 억지로 비튼 것이 느껴지는 점 등이 그렇다. 그래서 김하온이 말하는 주제와 상관없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했음에도 피처링한 박재범과 비프리(B-Free)의 가사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건 아이러니다.
시원한 발성과 화려한 스킬을 보여주고자 조력한 랩은 기본기가 탄탄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여 그 이상의 듣는 재미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고등래퍼] 시기에 발표한 곡들보다 스타일이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아 설익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붕붕”에서 확실한 색깔과 무드로 소재를 풀어나가던 모습을 비롯하여 당장 박재범, 비프리의 벌스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Travel: Noah]는 신예 김하온의 장점과 단점이 매우 뚜렷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면서도 그 속에 심어놓은 어두운 면이 뒤섞여 자아내는 감흥 자체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해보인다. 다만, 아직 첫 EP인 데다가 잠재력만큼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크게 실망하기엔 이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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