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챙스타 - Vagabonds
- rhythmer | 2019-01-09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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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챙스타(Cangstarr)
Album: Vagabonds
Released: 2018-12-12
Rating:
Reviewer: 이진석
챙스타(Cangstarr)는 데뷔 이래 히피 래퍼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이미지를 얻고자 택한 방식은 다소 의아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탈사회, 반자본적인 행보 대신 단어 자체에서 연상되는 모습으로 외형을 꾸미고, 결과물을 통해 끊임없이 히피를 언급하는 식이다. 이처럼 히피와는 어울리지 않는 몇몇 경력 탓에 일부 청자들의 비웃음을 샀으나, 일부에선 묘하게도 원하는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스스로 히피라는 키워드를 꾸준히 언급한 것이 주효한 듯하다. 이러한 행보는 [Vagabonds]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타이틀부터 직접적으로 ‘방랑자’라는 제목을 내세워 여행을 주제로 앨범을 풀어가는 중에도 반복적으로 자신이 히피임을 주창한다. 앨범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우선, 전반부는 실제 그가 다녀온 여행에 관한 이야기(“Fiji Water”, “Bali High”)가 주를 이루며, “Bron Chillin’”을 기점으로 히피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인생을 조명한다. 이후, 후반부 “Campfire”에 이르러 여정을 정리하고, 마지막 “Moksha”에 이르러 다짐과 함께 여운을 남기는 식이다.
구성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에 담긴 내용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먼저, “Fiji Water”나 “Bali High”는 앨범 콘셉트와 가장 직접 맞닿은 주제의 곡이다. 여행지의 장소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현장감을 살리고 휴양지의 무드를 전한다. 다만, 방랑자라기보단 관광객에 가까워 본래 챙스타가 부여하고자 했을 라이프스타일에서의 멋을 느끼긴 어렵다.
히피로서의 정체성을 노래하는 중반부 역시 의문이 들긴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건, 남과 달리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과 태도를 주장하지만, 기존 래퍼들이 다뤄온 돈 스웩의 문법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이다. 몇몇 단어들만 이미지에 맞게 치환했을 뿐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뤄졌던 돈과 여성에 관한 과시, 헤이터를 상대로 한 호전적인 캐릭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앨범의 키워드라고 볼 수 있는 ‘히피’는 전혀 중심주제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이미지만 남은 셈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대체로 준수하다. “Fiji Water”, “Laphroiag”, “More than Money” 등, 루핑을 위주로 한 붐뱁 트랙에선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힙합이 연상된다. 이외에도 독특한 리듬파트와 사운드소스의 활용으로 정글 분위기를 자아내는 “Vagabonds”, 베이스 루프와 리드 사운드가 음습한 무드를 조성하는 “Rock That Joint” 등 다양한 스타일을 곳곳에 배치해 직선적인 진행을 피했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가는 챙스타의 래핑은 여러모로 설익은 느낌이다. 톤과 발성, 플로우 디자인 등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주객이 전도되어 앨범 대부분에 게스트로 참여한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의 랩만이 더욱 돋보인다.
[Vagabonds]에서 챙스타가 향하고자 한 방향성은 너무도 명백하지만, 정작 창작자의 의도와 상반되는 내용물로 채워진 기괴한 결과물이 되었다. 그나마 그럴듯한 감흥을 주는 건 몇 차례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프로덕션뿐이다. 이외에는 스스로의 콘셉트에 먹혀버린 듯한 챙스타의 캐릭터와 미진한 역량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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