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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염따 - 살아숨셔2
    rhythmer | 2019-01-27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염따
    Album: 살아숨셔2
    Released: 2019-01-09
    Rating:
    Reviewer: 황두하









    오늘날 앨범의 가치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음원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중음악계는 바야흐로싱글의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유독 힙합 계에서만큼은 앨범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는 정규(Full Length) 단위의 앨범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기반이고, 걸작 수준의 작품을 내놓는 것이 최고의 도전이다. 매년 전설적인 이름부터 신인까지 앨범을 줄 지어 쏟아내는 미국 힙합 씬의 상황은 이 같은 경향을 증명하는 예다
    .

    비록, 양적, 질적 수준은 다를지언정 한국힙합 씬에서도 앨범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전히 장르 팬들은 걸출한 앨범의 유무로 뮤지션을 평가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이는 잊혀진다. 반대로 인상적인 완성도의 앨범을 발표하며 다시 팬들의 가시권 안에 드는 경우도 있다. 랩퍼 염따는 후자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결과물의 부재와 음악 외의 활동 탓에 씬의주변인에 위치했던 그에 대한 인식이 뒤바뀐 건 2016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살아숨셔]부터다. 앨범은 그동안 구축한 유쾌한 캐릭터와 아웃사이더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일 정도로 솔직한 언어로 묘사한 가사와 과장된 톤과 어울리는 랩-싱잉 퍼포먼스, 그리고 트렌디한 사운드를 준수하게 구현해낸 프로덕션이 어우러져 준수한 완성도를 보였다. 염따는 이를 통해 흐릿해졌던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1년 반만에 발표한 2 [MINA] 역시 이러한 기세를 이어가기엔 충분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랩퍼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가 드디어 씬에 다시 편입됐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 이어서 발표한 싱글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새 정규 앨범 [살아숨셔 2]는 이제 완전히 씬의 일원이 된 염따의 새로운 야심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그를 현재의 위치에 있게 만들어준 첫 앨범의 속편을 표방한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점이 엿보인다.

     

    그러나 첫 트랙인더 높이부터 그의 야심은 삐걱거린다. 상승하는 신시사이저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은 준수하지만, 트렌드를 따라 발음을 뭉갠 랩은 전혀 그루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독특함을 추구한 플로우는 음악적 쾌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비트와 따로 논다. 랩 스타일을 바꾸면서 이전에 보여준 특유의 가사 전달력 역시 희석됐다. 이러한 문제는 “The World is mine”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에 가장 두드러진다. 이 구간에서 남는 건 오로지어디야에 참여한 뱃사공과 쿠기(Coogie)의 차진 퍼포먼스뿐이다.

     

    다행히 중반부에서부터 감흥이 다시 살아난다. 랩보다 랩-싱잉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중독성 강한 후렴이 귀를 사로잡는비행과 안정적인 랩-싱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사랑이 아니야 필요할 뿐이야등등, 모두 준수한 완성도의 트랙들이다. 그중에서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양성과 벌스를 주고받으며 나이듦의 소회를 노래하는아스피린과 경험담을 통해 한국 종교의 문제점을 의외로 날카롭게 짚어낸운수 없는 날은 그의 노골적인 화법이 또다시 빛을 발한 곡이다.

     

    1집의 감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평면적인 가사 탓이기도 하다. 염따는 1집 이후 달라진 커리어와 부에 대한 자기과시로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하지만 다른 랩퍼의 것들과 표현 방식에서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다. 게다가 여성을 성공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가사가 더해지며 종종 불쾌감을 자아내기까지한다. 가족사와 자신의 치부까지 인정하는 솔직함으로 입체적인 서사를 만들어낸 전작과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앨범을 지탱하는 것은 랩보다 프로덕션이다. 염따가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미국 메인스트림 블랙 뮤직 사운드에 기반하면서도 그만의 개성을 갖췄다. 특히, “Zoom”, “비행”, “yaya freestyle” , 독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 운용을 통해 중독적인 루프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다. 플레이어보다 프로듀서로서의 염따를 재발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살아숨셔 2]는 한국힙합 씬의 일원이 된 염따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데에 그친 작품이 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뱃사공, 쿠기,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퓨쳐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 등 현재 씬에서 각광받는 랩퍼들이 대거 참여했고, 대부분 준수한 라임을 보태며 앨범의 완성도에 기여했다정작 아쉬운 건 주인공인 염따의 퍼포먼스다. 트렌드에 발 맞춘 시도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되었다면, 얘긴 달라질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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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무지개씨리얼 (2019-02-26 22:27:52, 125.181.181.***)
      2. MINA도 살숨2도 좋은 곡이 많지만, 유기성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에선 살숨이 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에듀가 안 웃기고 진지하게 들린 곡은 더 월드이즈 마인이 유일한 것 같네요.
      1. limepaper (2019-01-28 14:46:01, 114.201.82.***)
      2. 글쎄요 평면적인 가사 등의 아쉬운 점이 있을 순 있겠으나..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은 공감하기 힘드네요. 오히려 본 앨범을 통해 염따가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하면서 개성있는 사운드를 내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앨범의 구성 면에서도 전형적인 자기과시로 시작해서 개인적인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듣는 감흥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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