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애쉬 아일랜드 - Ash
- rhythmer | 2019-04-10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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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Album: Ash
Released: 2019-03-22
Rating:
Reviewer: 황두하
최초 [고등래퍼2]로 이름을 알린 신예 윤진영은 작년 말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라는 이름으로 엠비션 뮤직(Ambition Musik)에 합류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었던 김하온(HAON), 빈첸(VINXEN) 등과 비교하는 의심의 시선 또한 많았다. 애초에 프로그램 이후에 음악적으로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ASH]는 그가 레이블 합류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EP다. 데뷔작인만큼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이모 랩(Emo Rap)이다. 2010년대 후반 고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 등에 의해 트렌드로 떠오른 이모 랩은 최근 국내에서도 종종 시도되는 장르다. 이모코어(Emocore)로 대표되는 록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껴안은 어두운 무드의 프로덕션과 우울, 불안감, 공허함, 약물 과용, 자살 기도 등의 소재를 다룬 가사가 특징이다. 애쉬는 본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모 랩으로 가득 채웠다.
첫 트랙인 “Paraniod”는 대표적. 전주 이후 치고 나가는 일렉 기타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후렴이 어우러져 록 음악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노래에 조금 더 가까운 랩-싱잉 퍼포먼스와 귀에 감기는 멜로디 라인 역시 기대 이상으로 감흥이 좋다. 이어지는 “Valhalla”와 “Deadstar”도 캐치한 후렴으로 상당히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각각 게스트로 참여한 해쉬 스완(Hash Swan)과 창모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앨범의 나머지를 기대하게 하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개성이 부족한 톤을 제대로 살리거나 상쇄하지 못한 점은 한계다. 이 탓에 “Valhalla”나 “Deadstar”에서 타이트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한 해쉬 스완과 창모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뺏기고 만다. 이는 스킬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편, “Forgot U”부터는 집중력도 다소 흐려진다. 비슷한 느낌을 가진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트랙이 죽 이어지는 탓이다. 분위기를 환기할 만한 장치도 부재한 데다가 게스트들도 이 구간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보컬 어레인지 역시 초반부보다 관성적으로 흘러간다. 완성도가 나쁘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수준은 아니다.
애쉬 아일랜드는 [ASH]를 통해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그 색깔이 아직 설익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비장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다소 애매해 알맹이가 없는 가사는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방향을 보여주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니 이제는 내실을 채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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