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비와이 - The Movie Star
- rhythmer | 2019-09-03 | 3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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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비와이(BewhY)
Album: The Movie Star
Released: 2019-07-25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The Movie Star]는 비와이(BewhY)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전작 [The Blind Star] 이후, 약 2년 만에 발표됐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건 랩이다. 라임을 빼곡하게 채워 넣은 가사를 빠르게 내뱉으며 몰입감을 높인다. “주연”, “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 “초월” 등에서는 전보다 발전한 랩-싱잉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다만, 쉴새 없이 타이트하게 흘러가는 탓에 끝까지 듣고 나면 피로감이 쌓인다. 12곡, 약 39분의 적당한 러닝타임이지만, 한 번에 듣기에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이 탓이다.셀프 프로듀싱으로 완성된 프로덕션 역시 인상적이다. 전작의 “Bichael Yackson”, “9UCCI BANK” 등에서 살짝 선보였던 일렉트로닉과 힙합의 결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전체적으로 두터운 베이스와 과장된 신시사이저, 긴장감 넘치는 현악기 등을 활용해 특유의 차갑고 비장한 무드를 완성했다. 변화한 사운드는 발성을 꾹 눌러 기계음처럼 들리는 특유의 톤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
가깝게는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 멀게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등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노골적인 레퍼런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특정 사운드를 받아들여 본인만의 스타일로 승화시켰다고 하는 편이 옳다. 그중에서도 오페라 샘플링으로 비장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가운데, 허를 찌르는 유머가 실소를 유발하는 “가라사대”는 비와이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트랙이다.
앨범의 내러티브는 단순하다. 미국 랩퍼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던 연기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진정한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것. 이 과정에서 그는 우월함을 끊임없이 드러내며 트렌드를 좇는 랩퍼들과 자신을 구분 짓고, 자신의 음악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를 미묘한 가사의 변화와 독특한 어휘 선택으로 표현하여 듣는 맛을 더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직 뚜렷한 음악적인 결과물보다 [쇼미더머니5] 우승 경력이 커리어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힙합의 핵심인 인종적 맥락을 대체할 구체적 성과나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인'만을 내세우는 선언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게다가 직접 “찬란”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 역시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완전한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래서 앨범의 짜임새가 괜찮은 편임에도 자연스러운 감화를 주지 못한다.
비와이는 [The Movie Star]에 다음 단계로 올라가겠다는 야심을 가득 눌러 담았다. 추구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준수한 완성도의 프로덕션과 강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밭은 랩은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야심을 실현하고 패기 넘치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음악적인 설득력이 부족하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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