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사이먼 도미닉 - 화기엄금
- rhythmer | 2019-09-27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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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Album: 화기엄금
Released: 2019-09-03
Rating:Rating:
Reviewer: 이진석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이 오랜 슬럼프 이후 발표했던 솔로 앨범 [DARKROOM : Roommate Only]은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평면적으로 설계된 가사와 원래의 묵직하고 날렵한 톤을 살리지 못한 붕 뜬 래핑, 그리고 무드를 통일했으나 완성도가 따라주지 않은 프로덕션 탓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을 통해 슬럼프를 털어내고, 커리어의 기점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는 있었다. 실제로, AOMG의 대표직을 사임하며 발표한 싱글 "Me, No Jay Park"에선 준수한 래핑으로 아직 녹슬지 않은 감각을 증명하기도 했다.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매한 [화기엄금]은 확실히 귀를 잡아끈다. 프로덕션과 퍼포먼스 전부 전작의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덕이다. 이는 첫 트랙 “DAx4”부터 드러난다. 우선, 전작에서의 다소 어정쩡한 싱잉, 혹은 멈블 랩 대신 기존의 낮은 톤과 속도감 있는 랩을 선보인다. 단연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타이트하게 채운 벌스가 연달아 이어지며,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여러 번 만들어낸다.
성공과 이에 대한 과시로 채워진 콘텐츠는 그간 미디어를 통해 내비쳤던 특유의 뻔뻔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합쳐져 앨범의 정서를 지탱한다. 데뷔 이래 일관되게 이어진 그의 성격과 캐릭터가 비로소 음악을 통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 덕에 전작 같은 주된 서사나 내러티브가 없어도 오히려 더욱 유기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조명이 필요한 건 프로덕션이다. 전작에서 신인 프로듀서 디크로(Dichro)가 주된 무드를 이끌어갔던 것과 달리, 이번엔 구스범스(GooseBumps)가 전곡을 담당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구스범스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AOMG가 그간 보여준 트렌디한 방향으로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템포를 올려 댄서블한 느낌을 살린 “GOTT”나 “make her dance”를 비롯해 특유의 소스 운용을 통해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돋보이는 “POSE!”와 “room type”까지, 양질의 프로덕션이 이어진다. 게스트 조합도 흥미롭다. 염따, 제이올데이(JayAllDay), 시모(SIMO) 등등, 기술적인 한계 탓에 별다른 감흥을 끌어내지 못했던 이들의 벌스가 이번엔 비트와 효과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냈다. 프로듀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평이하게 진행된 가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곡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특별히 재치가 돋보이거나 귀에 남는 라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작에서 드러났던 약점과도 비슷하다. 별개의 장치 없이 성공의 요소를 단선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다 보니, 앨범의 전개가 평면적이다. 작품의 성격상 이러한 약점이 치명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전에 없이 물오른 래핑을 선보인 만큼 더욱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예전 랍티미스트(Loptimist)와 함께했던 [Simon Dominic Presents 'SNL LEAGUE BEGINS'], 그리고 [DARKROOM : roommates only]가 명성에 비해 아쉬움을 남긴 결과물이었다면, 이번 [화기엄금]에선 비로소 자연스러운 옷을 찾은 느낌이다. 그가 발표했던 앨범을 통틀어 강박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하게 작업한 듯한 인상도 든다. [화기엄금]은 그의 결과물 중 가장 즐겁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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