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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제리케이 - Red Queen Theory
    rhythmer | 2019-10-07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제리케이(Jerry.k)
    Album: Red Queen Theory
    Released: 2019-09-26
    Rating:
    Reviewer: 남성훈









    제리케이(Jerry.K)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의 결과물과 행보는 한국힙합 씬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기록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아티스트의 의지라기보다 창작과 소비층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비롯한 필연적인 결과다. 한국힙합의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인 10-20대의 뿌리 깊은 정치 혐오와 우경화 경향성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적극적인 피드백을 생산하는 남성 마니아들은 전 세계에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인 탈() 남성주의 사회운동을 소화하지 못했다.

     

    한국힙합 아티스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양적인 확장을 도모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니 진중한 시선으로 사회를 다루려 시도한 일부 컨텐츠는 구시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연히 힙합 씬 밖으로의 영향력은 제로에 가깝다. 다양한 사회 담론을 옮기고 대변하는 스피커로써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힙합 씬과는 상반된 결과다.

     

    초창기의 제리케이는 치열함이 엿보이는 작법을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는 모호한 기득권 전복 서사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시대로 접어든 2014 [현실, ]을 기점으로 사회 이슈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의 컨텐츠는 한국힙합 씬의 소비 경향과는 점차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해서 젠더, 소수자 이슈를 제리케이가 적극적으로 다룬 직후 마니아층과 창작자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결국, 전작 [OVRWRT]에서는 한국힙합의 방향과 발걸음이 맞지 않는 상황을 풀어내기도 했었다.

     

    [Red Queen Theory]는 지난 3월 퍼스트 에이드(FIRST AID)와 결성한 합작 프로젝트 블렌트(blent.) [Loves] 이후, 6개월만에, 그리고 솔로작 [OVRWRT] 이후, 거의 2년만에 발표한 EP. [Loves]에서 그는 타이트한 랩핑에 대한 강박을 벗고 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집중했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OVRWRT]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가에 가까웠다. [Red Queen Theory]에서도 그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감정선과 내면을 파고들기보다는 자신의 외적 행보에 집중하는 가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첫 트랙 “Cliche”에서 힙합 고유의 자기과시 문법으로 드러나고, “Nice Vibe”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앨범의 주요 주제의식은 “Parade” “I want ya”에서 읽힌다. 사회 진보운동의 실제적 참여와 연대에 대한 자축과 응원을 담은 트랙들은급변하는 사회에서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뛰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타이틀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잡히는 주제의식과 이야기 구조는 앨범 안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제리케이 특유의 살짝 톤업된 무드로 빡빡하게 짜인 랩을 즐길 수 있지만, 심심한 단어 선택과 라이밍은 꽤 흥미로울 수 있는 주제의 가사를 밋밋하게 마감한다. 여기에 재치를 발휘한 라인을 살리지 못하는 지나치게 직선적인 흐름의 플로우와 연기력의 부재 또한 아쉽다. 전작에서는 이 같은 약점이 다른 강한 장점들로 상쇄되었으나 이번엔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서 공연한 것으로 알려진 “Parade”는 목적에 맞게 의도적으로 단순화했을 구성과 퍼포먼스 탓에 랩에서의 감흥을 크게 떨어트린다.

     

    짧은 EP임에도 후반부로 갈수록 랩에 집중하게 되지만, 첫 세 트랙에서 보여준 랩 퍼포먼스의 빈약함을 지우기는 어렵다. 프로덕션은 무난하다. 전반을 리드하는 경쾌한 기타와 건반 멜로디 사운드가 귀를 잡아끌고, 앨범의 긍정적인 톤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가사와 절묘하게 맞물려 시너지를 내거나 크게 이목을 끄는 지점은 없다. 되려 직접 ‘I feel like old Kanye’라고 레퍼런스를 밝히고 신나는 분위기를 맘껏 연출한 “I want ya”가 꽤 인상적이다.

     

    [Red Queen Theory]는 그의 [연애담] 시리즈처럼 짧은 분량의 소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주제의식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음악적 발현 측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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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CREEK (2019-10-07 07:51:54, 126.90.210.*)
      2. 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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