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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창모 - Boyhood
    rhythmer | 2019-12-26 | 5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창모
    Album: Boyhood
    Released: 2019-11-29
    Rating: 
    Reviewer: 황두하









    ‘덕소’라는 특정 지역의 감성을 대표하는 가사, 특기인 피아노 연주가 가미된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 1990-2000년대 가요 감성을 버무린 멜로디, 극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타이트한 랩, 이상은 창모를 대표하는 음악적 특징들이다. 두 번째 EP [돈 벌 시간 2]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그는 엠비션 뮤직(Ambition Music)에 합류하는 등 커리어가 상승기류를 탔다. 비록, 이후 발표한 결과물에서 [돈 벌 시간 2]만큼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진 못했지만, 존재감은 계속 커져갔다.

     

    [Boyhood]는 그가 첫 번째로 발표한 정규 앨범이다. 본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첫 트랙인빌었어의 인트로를 장식하는 내레이션부터 매우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덕소라는 작은 동네에서 랩퍼의 꿈을 꾸던 소년이 서울로 올라와 그 꿈을 쟁취해낸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이에 있던 이야기들을 어머니의 시선(“세레나데”)에서 다루거나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Dearlove (skit)”, “031576”, “REMEDY”)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얼핏 트랙들이 다소 두서없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첫 곡에서 내레이션으로 특정한 장소(‘덕소’)를 기저에 깔아둔 덕에 일관성을 갖추었다. 시골과 도시, 서울과 지방의 경계에 묘하게 걸친 소도시 덕소는 대구, 부산 같은 지역보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먼 주변부라는 인상을 주는데, 이 같은 배경이 성공 스토리에 더욱 극적인 감흥을 더한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묘하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창모 특유의 표현력 덕분이기도 하다. 20대 청년의 보편적 말투와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뉘앙스가 뒤엉킨 가사는 어수룩하지만,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비속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함에도 전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불어 조금 더 일상과 가까운 것들을 자기과시의 소재로 사용하여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재치 있는 비유와 센스 넘치는 라임 운용이 듣는 재미 또한 더한다.

     

    이러한 점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 가능한 목표인고급 호텔을 소재로 자기과시와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Hotel Walkerhill”은 한 챕터를 마무리 짓는 트랙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 청량한 무드를 자아내는 피아노 라인와 타격감 강한 드럼이 어우러진 프로덕션과 시원하게 내달리는 퍼포먼스 또한 훌륭하다.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이라 할만하다.

     

    그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건 이처럼 음악적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추구하던 방향을 고수한 채로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전보다 가요 감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가미했는데, 이것이 힙합 고유의 감흥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매우 적절히 조화되었다. 모자이크의왕자와 병사들을 샘플링하고 기린이 목소리를 보탠 “031579”나 청하와 벌스를 주고받는 “REMEDY”는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비장하거나 극적인 연출을 꾀하다 보니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던 한계도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첫 트랙의 내레이션처럼 아예 직관적으로 밀고 가거나,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후자는 침잠된 분위기의 “2 Minute of Hell”, “meet me in toronto” 같은 곡을 예로 들 수 있다. 귀에 꽂히는 라인으로 자주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멜로디 어레인지도 본작의 장점 중 하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명품 브랜드를 열거하는 등, 클리셰를 따른 자기과시성 가사와더 위로”, “S T A R T”처럼 다소 뻔하고 서툴게 느껴지는 구성의 트랙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어수룩함이소년의 성장기라는 주제와 창모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앨범의 고유한 색깔을 완성했다. 창모의 음악은 여느 많은 래퍼와 마찬가지로 트렌드에 기반을 두었지만, 끊임없이 개성을 덧입히고자 노력한 지점이 엿보여왔다. [Boyhood]에서 우린 그 과정이 성공에 이른 것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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