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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선우정아 - Serenade
    rhythmer | 2020-01-28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선우정아
    Album: Serenade
    Released: 2019-12-12
    Rating: 
    Reviewer: 강일권









    전문가들은 종종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란 평을 쓰곤 한다. 아티스트들이 결코 이 같은 평을 듣고자 음악을 하진 않겠지만, 이 같은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는 많을 것이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녔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잘한다는 의미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색깔'이란 것은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인 데다가 그것이 어디에서 드러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무책임하게 남발하기도 한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그럼에도 선우정아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유한 색을 지녔다.'라고 평하고 싶은 아티스트다그의 세 번째 정규작 [Serenade]는 적절한 근거다.

    앨범엔 선우정아의 음악적 특징과 그동안의 내공이 응축되어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트렌드를 좇고 구현하는 것에 대한 욕구나 강박은 찾아볼 수 없다. 블랙뮤직에 기반을 두고, 알앤비, ,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그의 음악은 기존 가요의 관습을 따르는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뒤틀어지며, 짜릿함을 안기거나 아예 작정하고 비선형적으로 나아간다.

     

    구성적으론 일종의 대형 앨범 형식을 취한 느낌이다. 스타일과 무드가 다양하며, 범대중적으로 호소할만한 프로덕션과 작가주의적 프로덕션의 곡이 혼재된 것이 그렇다. 그럼에도 여느 메이저 앨범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건 결국, 선우정아가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조율한 덕분이다. , 음악의 방향성이 어느 쪽이든 간에 그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분위기의 곡들이 즐비하다.

     

    프로덕션적으로만 따지자면 다소 평범하고 무난하게 시작한 앨범은 우아한 타이틀곡 “Serenade”를 기점으로 장르 퓨전과 변주의 쾌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삶과 사랑을 관통하는 평범하지 않은 가사가 그의 음악이 지닌 특별함을 더욱 부각한다.

     

    “Serenade”, "욕의 여행 (Bad Word’s Travel)", "SHUTTHEFXXKUP", “수퍼히어로”,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Betrayal Awaits)", "CLASSIC" 등은 대표적인 예다. 그가 쌓아올린 탄탄한 구성과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멜로디가 어우러져 강렬한 순간들이 만들어진다. 래퍼를 제외하고 현재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아무렇지 않게 "닥치라" 말하고, 누구도 감히 오르지 못할 본인의 위상을 천명하는 아티스트는 그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특히, 일렉 기타와 드럼이 찰지게 맞물리며 그루브를 생성하고, 신시사이저가 기괴한 기운을 불어넣는 프로덕션, 무심한 듯 내뱉다가 감정을 끌어올리는 보컬, 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의 영향을 녹인 은유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80년대 신스팝, 일렉트로닉, ‘90년대 알앤비 사운드, 그리고한국에선 접하기 어려운싱어의 스웩 가사가 어우러진 황홀한 혼합물 "CLASSIC"은 백미다.

     

    2010년대 한국대중음악계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하게 논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이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을 넘어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춘 이들이 어느 때보다 대거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여 완성한 앨범들은 10년을 빛낸 주요 작품 속에 자리한다. 그 중심에 있는 선우정아는 그의 가사처럼 점점 '누가 감히 건들지 못할 Soul'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리고 [Serenade] 2010년대를 마무리하고 2020년대를 여는 첫 번째 한국 알앤비/소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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