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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블랭(BLNK) - FLAME
    rhythmer | 2020-03-16 | 5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블랭(BLNK)
    Album: FLAME
    Released: 2020-03-05
    Rating: 
    Reviewer: 이진석









    그간 부지런히 한국 힙합 씬에 자취를 남겨온 리짓군즈(Legit Goons)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집단으로서의 색채 외에도 멤버 개개인이 고유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같은 크루의 뱃사공이 한국 그룹사운드 특유의 빈티지한 바이브에 영향을 받았다면, 블랭(BLNK)의 음악에선 재즈(Jazz), 어반(Urban) 뮤직 등 보다 다양한 현대 장르음악을 포괄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이런 그의 성향은 첫 앨범 [Color Unique]에서도 드러난 바 있는데, [FLAME]은 일정 부분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 단계 성장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꽤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했지만, 주된 틀을 잡는 건 콘다(Conda)와 허키 시바세키(Hucky Shibaseki). 느긋하게 흐르는 브라스로 칠(Chill)한 무드를 만드는 “Chi Chi island”, 주술적인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다.” “Burning”, 세련된 변주로 앨범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FLAME !”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냈다.

     

    가사적인 성장도 돋보인다. 블랭은불꽃이라는 대주제를 토대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개인의 서사를 풀어낸다. 사랑에 대한 고찰(“Love is”)이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민(“Chi Chi island”), 인간관계의 어려움(“When I was caught”) , 삶의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블랭은 평이하고 직선적인 표현을 지양하는 한편, 어휘를 감각적으로 사용하여 곡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구체화한다.

     

    더불어 작품의 중심소재인불꽃과 연관된 표현을 가사 곳곳에 배치해 앨범의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앞선 전개를 통해 꺼내놓은 질문의 답을 일축하듯, 확고한 예술관을 통해 마지막을 매듭짓는 “FLAME !”은 더 없이 인상적인 마무리다.

     

    독특한 톤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블랭의 퍼포먼스는 감흥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소다. 통통 튀는 베이스 리듬에 맞춰 넘실거리는 래핑을 선보이는역마나 속도감을 내세워 스킬풀한 면모를 뽐낸 “DEADMAN” 같은 트랙도 흥미롭지만, 진가는 이후에 드러난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맞춰 주문을 읊듯 박자를 따라가는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다.”는 그야말로 백미다. 이외에도 귀를 잡아끄는 후렴구와 한층 유연해진 멜로디 메이킹 등, 여러 면에서 그의 성취를 엿볼 수 있다.

     

    트랙의 성격에 맞춘 객원 기용 역시 흥미롭다. “DEADMAN”에선 창모와 차붐(Chaboom)을 초빙해 시원하게 내달리는 한편, “Rollercoaster Ride”에선 넉살, 염따와 함께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펼친다. 특유의 낙차 큰 플로우로 존재감 있는 활약을 선보인 나플라(Nafla)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블랭에게 넌지시 조언을 건네는 듯한 팔로알토(Paloalto)의 벌스 역시 특기할만하다.

     

    CD로만 감상할 수 있는 “Playground”를 제외하더라도 13곡의 꽉 찬 러닝타임 속에서 곡 하나하나가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각 트랙의 만듦새가 뛰어난 덕이다.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블랭의 변화무쌍한 랩, 캐치한 후렴구가 맞물려 자아내는 쾌감이 상당하다. 기존에 그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랩과 프로덕션 모두 전에 없던 세련미를 갖췄다. [FLAME]은 블랭의 성장과 그에 따른 물오른 역량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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