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산이 - Everybody Ready?
- 리드머 | 2010-09-27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산이(San E)
Album: Everybody Ready?
Released : 2010-09-13
Rating :
Reviewer : 강일권
가사, 플로우, 라임이 잘 조화를 이룬 랩 자체의 맛을 음미할만한 앨범이 드문 한국힙합 씬에서 산이(San E)의 앨범은 확실히 기대작이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센스 넘치는 번개송들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힙합팬의 입소문을 타고 씬에 입성한 그는 한마디로 ‘랩의 재미가 뭔지를 알고, 어떻게 리듬을 타야 멋을 뿜을 수 있는지를 좀 아는’ 랩퍼였다. 다소 이른 감이 느껴졌던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 소식이 불안감을 조성하긴 했지만, 우려를 날리듯 이어진 결과물들은 오히려 넉넉한 자본과 그의 실력이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를 모으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일부나마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첫 앨범 [Everybody Ready?]가 발표됐다.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그동안 믹스테입을 비롯한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동을 통해 빛나는 실력을 선보이며 잔뜩 기대를 품게 했다가 메이저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발표하여 아쉬움을 곱씹게 한 이들이 몇몇 있었다. 물론, 여기서 아쉬움이란 그들이 단순히 메이저로 갔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래도 가요계를 주 타깃으로 하는 메이저 기획사에서는 주변의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끝내주는 뮤지션의 욕심과 의지로 만드는 정규 앨범을 한 장만이라도 듣고 싶었던 것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직 EP이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 앨범만 놓고 보자면, 산이도 이 사례에서 벗어나기 힘들 듯하다.
일단 다소 민망한 TV용 초반 퍼포먼스가 멋을 다 잡아먹고, 대놓고 모티프로 삼은 에미넴(Eminem) 컨셉트가 좀 찝찝하긴 해도 타이틀곡인 “맛좋은산”은 랩 음악으로서 꽤 매력적인 트랙이다. 산이의 최대 강점인 정확한 발음으로 재치 있게 라임 박아 넣기와 리듬 타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적당한 스웨거와 함께 적절한 수위로 찔러 넣은 가요계 비판은 힙합팬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힙합과 대중가요 사이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접점을 찾은 셈이다. 논란이 되는 비트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 하지만, 피-훵크(P-Funk)에 영향받았던 박진영의 원곡(“음음음”)을 ‘고속도로 휴게소용 디스코 성인가요’의 뽕끼를 담아 재구성한 점은 충분히 재미있는 시도였다. 이것이 그의 바람처럼 대중에게 힙합으로 다가갈지 그냥 댄스음악으로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메이저 데뷔 곡으로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산이의 성과는 딱 여기까지다. 그나마 “맛좋은산”처럼 착착 달라붙는 랩핑과 가벼운 스웨거가 담긴 “산이 소개하기”는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트랙들이 비트와 랩, 모든 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들려준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건 ‘기대보다 별로’였다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기존 산이의 음악들을 잠시 제쳐놓고, 대중가요 판의 생리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앨범을 메우고 있는 음악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앨범의 흐름을 깨는 생뚱맞은 비트와 산이의 가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진부한 “LoveSick”을 비롯하여 “B.U.B.U”, “놀자”, “원하잖아” 등은 플로우를 제외한 랩핑의 모든 부분에서 실망스러움을 프로덕션으로도 만회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가면을 쓰고 얄팍하게 음원 시장을 노리는, 당장에라도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뒤지면, 마우스 클릭에 밟힐 정도로 널려 있는 발라드 랩이나 옛날 댄스 가요에서 듣던 랩을 산이의 앨범에서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진정한 커머셜 MC는 플로우와 전달력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무조건 대중에게 어필하고 보는 것이 커머셜 MC의 미덕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나도 이것이 섣부른 판단이기를 바란다. 그에게는 정규 앨범을 위해 장전된 탄탄한 총알들이 가득하리라 믿고 싶다. 여전히 난 그의 랩을 한 벌스라도 더 들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그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스킬과 센스를 가진 랩퍼 중 한 명이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이 말을 하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필요한 건 ‘힙합의 대중화’가 아니다. 힙합음악만이 가진 매력과 랩퍼만이 내뿜을 수 있는 멋을 보여줄 때다. 이러한 흐름을 산이처럼 출중한 실력을 지닌 랩퍼가 실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20
-
-
- 황소개구리 (2010-12-29 19:20:51, 119.71.79.**)
- 우연히 산이 뮤비를 봤는데,,(뮤비마저ㅜㅡ)
참 할말이 없었어요,,,
그 유치함이란 -_-;
-
- 남성훈 (2010-10-14 21:44:56, 58.143.91.***)
- 홍대 랩괴물들 이런 식으로 소비되고 결국 좋은 앨범 한 장도 못내고 마는건지 심히 안타까움....
-
- 김건녕 (2010-10-12 11:15:12, 211.253.98.**)
- 솔직히 믹텦이랑 다른게 없엇음
어찌보면 믹텦보다도 못뽑아주신거 같음
-
- Andre (2010-10-11 22:21:38, 125.178.108.*)
- 힙합팬으로서 망가졌다면 망가진 모습을
오래보고 있기 참힘들죠
메인스트림의 한계를 한번더 실감하는 계기가 됬죠 ㅠ
-
- thought's (2010-10-11 15:46:29, 220.67.114.**)
- JYP앨범들은 타이틀곡은 괜찮은데 수록곡이 영...
-
- 매리와나 (2010-10-09 13:55:31, 220.118.88.***)
- 갠적으로 믹텝에 있던 lovesick 엄청 좋아라했는데
누자베스 비트 자체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도 있지만
-
- Schopenhauer (2010-10-06 10:48:51, 110.13.139.**)
- 제 관점과 딱 일치하는 리뷰네요..
이번 앨범을 통해 제 머리속에서는
기대주 산이 -> 그냥그런 랩퍼 산이
로 바뀌어 가고 있는중..
제대로 된 앨범좀 내줬으면..
-
- Kid Cudi (2010-10-06 00:46:55, 112.159.7.**)
- 산이가 이번 앨범에 너무 과하게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라디오에서 본인 입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
- Becks (2010-10-02 09:03:53, 124.216.213.***)
- 모션은 거의 천부적으로 어색하고 오그라드는거같은데 좀 고쳤으면 함.
방송때마다 아오 진짜..
-
- OJH (2010-09-30 00:46:05, 112.156.129.***)
- 힙합음악만이 가진 매력과 랩퍼만이 내뿜을 수 있는 간지를 보여줄 때다.
공감
-
- Datskat (2010-09-29 18:56:33, 180.66.24.***)
- 정말 실망.이런건 산 아니어도 할 사람 많습니다.
본인이 말하고 다니던 힙합의 대중화가 이런거였나??
재능있는 사람인건 분명하니 다음에는 잘좀 만들어보길
-
- 신중휘 (2010-09-29 10:33:03, 147.46.83.***)
- 그나마 4번이 들을 만 했고,
처음에 맛좋은 산은 이게 뭥미.. 했는데 듣다보니 나름의 매력은 있네요.
-
- Marvolo (2010-09-28 09:43:46, 121.124.32.***)
- 믹텝에서의 신선함이 느껴지질 않더군요.
1. 산이 소개하기 - 뭐, 인트로 격으로 그럭저럭
2. 맛좋은산 - 대놓고 without me 삘이지만 가볍게 들을만.
퍼포먼스로 대박을 노리나? 생각하고 무대영상을 보니.............ㅠㅠ
"랩? 그냥 그거 빠르게 말하면돼~"부분의 취지는 알지만 완전 에러인듯.
3. LoveSick - 믹텝 출신곡이니 패스.
4. B.U.B.U. - 정작 산이 벌스는 어정쩡했지만
비트 깔끔, 준수의 보컬 깔끔. 그나마 베스트트랙.
5. 원하잖아, 6. 놀자 - 이런 스타일은 제발...................PLZ................
JYP 들어간지 꽤 된거 같은데,
준비해온게 죄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소리소문없이 묻힐게 뻔함.
제발 이번 앨범은 간보기용으로 쩌리곡들만 모아서 낸 것이길 간절히 바람.
-
- 장호성 (2010-09-28 01:09:35, 110.70.15.***)
- 아 산이 정말 많이 기대했는데...
Lovesick은 저도 좀 진부했습니다. 저런 류의 감성이나 가사는 인디음악 좀만 들어도 흔해요.
-_- 그렇다고 센스있는 라임이나 표현이 있던 것도 아니고 쩝
-
- tical (2010-09-28 00:01:02, 219.254.96.**)
- 앨범에 실망을 한것은 사실인데 lovesick의 가사가 진부하다는건 별로 공감을 못하겠군요.. 예전곡이지만 센스있게 가사 잘썼다고 생각했던곡인데ㅋ 확실히 프로듀싱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고봅니다. 대중성도 그닥이고 매니아들에게도 환영못받는 정말 어정쩡한 앨범이라고 느꼇네요. 아. 저도 맛좋은산듣고 without me 가 계속 떠오르긴하더군요ㅋ
-
- unknownn (2010-09-27 23:34:04, 122.40.224.***)
- JYP에서 좀 하고싶은대로 밀어줬으면 했는데, 죄다 박진영 느낌으로 만들어버리네요. 뮤비는 "My Name Is" 의 한국판이었죠.
-
- howhigh (2010-09-27 22:44:08, 124.54.125.**)
- SAN E의 JYP입성의 결과는 차차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 상황은 SAN E가 대중과 (힙합)리스너들 사이 모호한 위치에 서게된것 같네요
SAN E의 이번앨범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면 대체로 리스너들의 실망과 대중의
경계가 San E를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차지하는것 같음
차기작이나 그후가 되든 두 집단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것 같네요
(대중들과 멀어진다는 JYP에서 나간다는 말 밖에 안되지만...-_-;)
"대중과 리스너를 모두 만족" 이건 결국 어느 한쪽의 지지층을 굳건히 얻고,
그 다음단계에서 가능한 일인데, SAN E의 이번 앨범은 아쉽게도 많은이들이
불만족 하는것 같은...
-
- vc231 (2010-09-27 22:26:10, 112.121.29.***)
- 맛좋은산 듣자마자 떠오르는 without me
-
- thathiphop (2010-09-27 20:57:39, 118.33.62.***)
- 이번 앨범의 단점을 냉철하게 짚어낸 리뷰라 생각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