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염따 - 살아숨셔 3
- rhythmer | 2020-12-21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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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염따
Album: 살아숨셔 3
Released: 2020-11-27
Rating:
Reviewer: 황두하
[살아숨셔 2](2019)는 프로듀서로서의 염따를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독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를 운용하여 개성 있는 사운드를 구축했다. 이는 앨범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특히, 중독적인 루프가 인상적인 “Zoom”, “비행”, “yaya freestyle” 등은 타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비슷한 스타일의 곡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그러나 정작 염따의 퍼포먼스는 아쉬웠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싱잉 랩에 비해 의도적으로 발음을 뭉갠 랩은 그루브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전반부에 배치된 트랙들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원인이 되었다.
플레이어로서의 염따를 다시 주목하게 만든 트랙은 빌 스택스(Bill Stax)의 “Lonely Stoner”다. 후반부의 짧은 분량임에도 유쾌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한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발표한 다수의 싱글에서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작업물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더 콰이엇(The Quiett)과 새로운 레이블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Daytona Entertainment)를 설립한 뒤 발표한 정규 앨범 [살아숨셔 3]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다.
첫 트랙 “Role Model”부터 인상적이다. 상승하는 듯한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비트 위로 현재의 성공을 자축하면서도 그 이면의 슬픔을 슬쩍 드러내는 가사로 본인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특히,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은 [살아숨셔]의 첫 트랙 “하이파이브”와 연결되며 소소한 감동을 일으킨다. 이에 더해 초반부터 라임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는 랩 벌스에서는 그의 발전된 실력을 체감할 수 있다.
이어지는 트랙들도 모두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염따의 퍼포먼스가 있다. 발음을 뭉개거나 꼬아가며 유려하게 플로우를 이어가는 싱잉 랩은 완숙해졌다. 전혀 다른 색깔의 보컬 톤을 지닌 자이언티(Zion.T)와 의외로 좋은 합을 보여주는 “하나두”, 중독적인 후렴과 박자를 밀고 당기는 타이트한 벌스가 인상적인 “트루먼쇼”,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따스한 신스 사운드 위로 화려한 이미지 뒤의 처량한 마음을 드러내는 “BENTLEY 1.5” 등은 완성형에 가까워진 그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곡들이다. 그중에서도 선공개 싱글로 발표된 바 있는 “BENTLEY 1.5”는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앨범을 멋지게 마무리한다.
부를 과시하고 여성 편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가사는 본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 사이에 앞서 이야기한 “Role Model”이나 “BENTLEY 1.5”처럼 외롭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슬쩍 들이밀며 보다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케 했다. 거침없던 10대 시절을 반추하는 “그녀와 나의 느와르”와 캐릭터 속에 숨겨진 진솔한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트루먼쇼”는 이러한 앨범의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언급한 곡들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주제와 무드를 공유하는 곡들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밤”, “PEEP PEEP PEEP”, “아야”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그렇다. 마치 같은 곡을 다른 버전으로 만든 것만 같다. 일정한 무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전작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게다가 신예 노스페이스갓(Northfacegawd)과 래원, 그리고 저스디스(JUSTHIS)가 각자의 개성을 살린 퍼포먼스로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단체곡 “존시나”도 앨범의 흐름 상 다소 뜬금없이 튀어나온다.
곡의 무드를 좌우하는 신시사이저 운용을 통해 귀에 꽂히는 라인을 만드는 감각적인 프로덕션 역시 [살아숨셔 3]의 매력이다. 웰컴 이안(Welcome Ian), 키드 와인(Kid Wine), 안티 소셜 키드(anti social kid) 등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했지만, 여전히 키를 잡고 가는 것은 염따다. 여기에 뻔한 돈 자랑으로 일관하지 않고, 진솔한 감정을 섞어낸 이야기로 감상의 폭을 넓혔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레이블 설립으로 커리어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그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작품으로서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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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naldo0607 (2020-12-22 06:56:50, 1.223.76.***)
- 좋은 부분은 좋고 나쁜 부분은 나뻤네요... 그런데 그렇게 흉볼 작품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어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네요. 뻔할 뻔자는 아니었고 다음 앨범으로 만회해야겠죠... 늘 울궈지는 조립이어도 그래도 잘 듣기는 했어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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