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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큐엠(QM) - 돈숨
    rhythmer | 2021-01-18 | 5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큐엠(QM)
    Album: 돈숨
    Released: 2020-12-12
    Rating: 
    Reviewer: 황두하









    큐엠(QM)의 정규 2 [HANNAH]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성공하지 못한 래퍼로서 느낀 자조 섞인 패배감을 대한민국 20대 후반 청년들이 마주한 일상적인 문제 - , 결혼, 육아 - 와 엮어 풀어낸 가사는 흥미로웠다. 그러나 1990년대 붐뱁 사운드에 적을 둔 프로덕션은 무난했고, 랩 퍼포먼스는 다소 심심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었지만,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VMC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으로서 임팩트 있는 한 방은 아니었다.

     

    2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돈숨]은 다르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랩 퍼포먼스다. 그는 작정한 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트하게 몰아붙인다. 라임을 강조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라임을 흘려보내며 그루브를 만드는 등,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하는 솜씨가 물이 올랐다. 특히, 타격감 강한 드럼에 맞춰 리듬을 찍어누르며 랩을 뱉는 “Island Phobia”, 808 드럼이 주도하는 트랩 비트 위로 전에 없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돈숨”, 재즈 리듬의같은 곡에서는 최상급의 퍼포먼스로 청각적 쾌감을 끌어올린다.

     

    전보다 많은 피처링 아티스트를 기용한 것도 긍정적이다. 많은 양의 가사를 빠르게 쏟아내는 랩에 피로감이 쌓일 수 있는 순간마다 게스트가 적절히 등장하여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중에서도 큐엠과는 전혀 다른 랩 스타일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Island Phobia”)와 카리스마 넘치는 후렴구로 단숨에 하이라이트를 가져가는 비비(BIBI)(“카누”)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프로덕션의 색깔도 달라졌다. 키를 잡은 건 가장 많은 곡에 참여한 프레디 카소(Fredi Casso). 그는 전자음을 강조한 특유의 붐뱁 사운드로 큐엠의 랩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프레디 카소의 [Pale Blue Dot]과 넉살의 [1Q87]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드럼과 베이스의 타격감을 강조해 차별화를 이뤘다. 피아노 라인과 보컬 샘플링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 두터운 신시사이저가 내지르는 랩과 맞물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과 상이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소스들을 충돌시키며 질서를 만드는뒷자리는 본작의 사운드를 대표하는 트랙들이다.

     

    그는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한 애매한 위치의 래퍼로서 느끼는 패배감과 소외감,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전작과 다른 점은 보편적인 상황으로 이야기를 확장하지 않고 오롯이 큐엠 개인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수련회 버스 뒷자리를 차지한 경험에 빗대어 현재 자신의 처지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거나(“뒷자리”), 아픈 어머니를 응급실에 데려가면서 냉정한 현실에 좌절하고(“36.5”), 레이블 동료들과 같이 간 클럽에서 자신의 애매한 위치를 재차 깨닫는 식(“만남조건”)이다. 직선적인 표현과 은유를 오가며 섬세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가사는 그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전작의 흔적을 심어놓은 것도 흥미롭다. 특히, 초반부에서 드러내던 적대감이 체념으로 바뀌는 후반부에서 전작을 언급하는 구절이 많아진다. [HANNAH]의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가는 스킷(Skit) “Chantey Interlude”는 대표적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철저히 개인의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를 지켜봐 온 이들이라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의 처지를 외딴 섬에 비유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가 가사에 흩뿌려놓은 장치들을 따라가다 보면 차가운 세상에 처절하게 맞선 지난날을 반추하는 마지막 트랙다시 섬에서 매우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돈숨]을 대표하는 정서는체념이다. 래퍼들이 성공을 자축하며 잔치를 즐기는 사이, 소외된에서 느끼는 불편한 이물감을 노골적으로 전시하고, 이를 꾸역꾸역 넘기며 자신의 위치를 뼈아프게 자각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본작의 존재는 그가 마주한 문제들을 해소한다. 탄탄한 프로덕션과 랩 퍼포먼스, 그리고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치열하게 담아낸 가사로 비로소 큐엠의 존재를 씬에 아로새긴 것이다. 본작을 통해 그는 본인만의 영역을 가진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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