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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뱃사공 - 777
    rhythmer | 2021-02-09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뱃사공
    Album: 777
    Released: 2020-12-17
    Rating:
    Reviewer: 이진석










    뱃사공은 견고한 랩 실력과 흥미로운 캐릭터를 고루 갖춘 아티스트다.
    특히, 두 번째 앨범 [탕아]를 통해 이룬 음악적 성취는 남달랐다. 본래 붐뱁(Boom Bap)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던 그는, 특유의 느긋한 바이브 위로 한국식 밴드 사운드를 가미해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비루한 청춘의 낭만을 그려냈다. 이후 나온 EP [기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었다.

     

    세 번째 정규작, [777]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달라진 건 프로덕션이다. 성격을 따지자면, 빅라이트비츠(Biglightbeatz)와 함께 샘플링 기반의 붐뱁을 선보였던 야밤그루브의 작품, 혹은 커리어 초기 발표했던 믹스테입(Mixtape)에 가깝다. 뱃사공은 첫 트랙부터이건 아냐 rock n roll / 그냥 존나 fucking rhyming” 같은 가사로 앨범의 성격을 일축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버기(Buggy), 전부터 함께 작업해온 칠리(Chilly)나 마일드비츠(Mild Beats), 같은 크루의 요시(Yosi) , 다양한 면면의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콘셉트가 확실한 만큼 일체감 있는 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의외의 조합이라 볼 수 있는 영소울(Young Soul)의 활약 역시 눈에 띈다.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었음에도, 결과물이 자연스레 뱃사공의 음악적 범주 내로 포괄되는 점은 인상적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축해온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가사엔 치밀하게 짠 서사보다 즉흥적인 기운이 지배적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페이소스를 만들기보다는 개별 곡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언뜻 단조로워질 수 있는 콘셉트에 힘을 불어넣는 건 탁월한 퍼포먼스다. [탕아] 때부터 물오른 랩은 여전히 건재하다. 느긋해 보이면서 한편으론 타이트하게 박자를 채우고, 구조적으로 치밀하게 짜인 라임이 듣는 맛을 더한다. 중간중간 플로우의 변화를 주며 벌스를 끌어가는 “Let It Flow”나 느긋한 템포에 멜로딕한 랩으로 따라붙는대충 살아는 대표적이다.

     

    피처링 역시 긍정적이다. “RHYME ON MY MIND”에 참여한 제이통(J-TONG)은 짧은 분량의 벌스에도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보여준다. “BOOMERANG”에서 유쾌한 프로덕션에 맞춰 익살스러운 라인을 주고받는 넉살의 랩도 인상적이다.

     

    다만, 의아한 부분 역시 존재한다. 언급한 가사를 비롯해, “구구절절 인생 얘긴 이제 식상”, “가난을 노래하던 뱃사공은 이제 peace out” 같은 구절이 반복되지만, 그 결과가 힙합으로 돌아간 이번 앨범의 테마라는 점에선 힘이 빠진다. 과거의 스타일, 혹은 장르 뮤지션으로서의 회귀를 강조했지만, 그 대안으로 나온 결과물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이다. 기존의 음악이 힙합의 문법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었음에도, 굳이 나눌 필요 없는 자아를 분리한 탓에 앨범에 충분한 당위가 부여되지 못했다.

     

    [777]의 결은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앨범의 성격이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개별 곡의 완성도가 튼튼하며, 아티스트의 역량과 확고한 캐릭터가 뒷받침된 덕이다. 다만, 이전에 보여준 그의 작품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가 시도한 과거의 스타일, 혹은 장르 뮤지션 본연의 모습으로의 회귀는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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