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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서리 - The Frost On Your Kids
    rhythmer | 2021-02-24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서리 (30)
    Album: The Frost On Your Kids
    Released: 2020-02-10
    Rating:
    Reviewer: 이진석









    크루 서리(30)
    에는 근래 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아티스트가 여럿 소속되어 있다.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주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쿤디판다(Khundi Panda)나 비앙(Viann)을 비롯해 비와이(BewhY)와의 합작과 음악 외적인 이슈로 시선을 끈 손심바(Son Simba), [쇼미더머니]에서 이목을 끈 디젤(dsel)이 그들이다. 이외에도 몇 명의 래퍼와 프로듀서, 그래픽 아티스트 등등, 크루원 전체가 참여하여 만든 [THE FROST ON YOUR KIDS]는 발매 전부터 주목받았다.

     

    그간 발매한 소속 멤버들의 음악에서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기에, 앨범의 전체적인 색채는 예상 가능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프로덕션이다. 꾸준히 뛰어난 결과물을 선보였던 비앙과 씨제이비95(cjb95)을 비롯하여 객원으로 참여한 에이뤠(Arwwae), 아방가르드 박(Avantgarde Vak)은 감각적인 루프와 변주를 통해 수준 높은 프로덕션을 구현했다.

     

    공간감을 강조한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로 견고하게 틀을 잡고 있으며, 그 위로 얹힌 소스 하나하나의 질감 역시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하다. 메인 루프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통해 단선적인 진행을 피하고, 효과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작품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소한의 소스와 절제된 리듬파트 위로 멤버들의 벌스를 번갈아 선보이는 “THE FROST ON YOUR KIDS”는 작품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자연스레 앨범으로의 몰입을 유도하는 인트로다. 네 명의 래퍼 중, 단연 돋보이는 건 쿤디판다(Khundi Panda). 날렵한 톤으로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가며 대부분 곡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다른 래퍼들의 퍼포먼스 역시 준수하다. 과거 단조로운 플로우 탓에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던 손심바의 랩은 비와이와 함께한 [NEO CHRISTIAN]을 기점으로 꽤 안정적이 됐다. 디젤은 특유의 거친 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오하이오래빗(OHIORABBIT)은 다소 심심한 톤임에도 유연한 래핑으로 비트에 따라붙는다. 네 래퍼의 퍼포먼스가 균형감 있게 어우러진고드름 세례”, 댄서블한 진행 위로 가장 타이트한 랩이 이어지는호랑이레슨은 특히 눈에 띄는 곡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일명 '고양이 강도' 사진을 레퍼런스한 앨범 커버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만화나 게임처럼 여러 서브컬쳐와 인터넷 밈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가사가 감흥을 더한다. 호전적인 분위기와 대비되는 위트 섞인 가사가 합쳐져 묘한 쾌감을 일으킨다. '난 고길동 다음가는 검성', '뽀록난 노림수 니 인생 폰은정' 등등, 커뮤니티 등지에서 유행한 요소를 녹인 라인들의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씬의 근간이자 핵심을 이루는 공간이 인터넷 커뮤니티인 한국힙합의 특성과 합쳐져서 커뮤니티 문화에 빚을 진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비슷한 무드의 곡이 앨범 전체에 걸쳐 반복되다 보니, 중반부 이후론 집중력이 흐려져 버린다. 분위기를 환기할만한 장치를 거의 배제한 채, 랩만으로 초반부의 텐션을 유지하기엔 쿤디판다를 제외한 래퍼들의 퍼포먼스가 주는 몰입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초반부터 끝까지 거의 비슷한 내용과 분위기의 곡이 이어지는 와중에, 개별 트랙의 매력을 강조할 만한 요소도 부족하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프로덕션과 대비되는 익살 섞인 가사가 만드는 분위기는 분명 흥미롭다. 다만, 앨범 전체를 할애해 공격하고 조롱하는 대상이 가상의 래퍼,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점에선 힘이 빠진다. 청각적인 감흥이나 재치 있는 라인에서 매력을 찾을 순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이유 탓에 그 이상의 감흥으로 뻗어 나가진 못한다.

     

    평소 서리의 구성원들이 발표한 작업물에선 치열한 설계를 통해 서사를 구축하거나 담론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 점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서리의 작품은 좀 더 단순하고 원초적인 장르음악의 쾌감을 연출한 느낌이다. 시도는 제법 성공적이다. 국내 최상급 수준의 프로덕션을 즐길 수 있으며, 개성 있는 플레이어들이 어우러져서 괜찮은 시너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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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tu (2021-11-10 19:43:38, 223.62.215.***)
      2.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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