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Album: ISLAND
Released: 2021-03-05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이모 랩(Emo Rap)은 현재 유행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애초에 이모 랩은 이모코어를 비롯한 록 음악과 힙합의 특성이 결합한 장르인데, 점차 힙합보다는 록에 무게를 둔 아티스트들이 등장했다. 영블러드(YUNGBLUD), 낫띵,노웨어(nothing,nowhere.) 같은 아티스트가 대표적이다. 코어한 힙합 씬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씬이 된 것이다. 여전히 메인스트림 씬에서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극히 예외인 경우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는 씬의 규모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의 [BFOTY](2018)나 씨잼(CJAMM)의 [킁](2019)이 뛰어난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었고, 씬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모 랩을 시도하면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 중 하나가 되었다. 엠비션 뮤직(Ambition Muzik)의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이모 랩을 표방한 데뷔 앨범 [ASH](2019) 이후, 장르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힙합의 주요 팬층인 10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가면서 씬 내에서의 입지도 커졌다.

두 번째 정규 앨범 [ISLAND]도 이모 랩을 앞세운 작품이다. 첫 번째 트랙 “MELODY”는 매우 강렬하다. 디지털 가공한 보이스 소스로 시작하여 장르 특유의 음침한 기운을 지우고, 보다 경쾌한 느낌을 살린 프로덕션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바로 치고 나가는 후렴구에서의 멜로디 어레인지가 일품이다. 한 번 들으면 따라 부르게 될 만큼 중독적이다. 플로우를 수시로 바꾸며 타이트한 싱잉 랩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개인의 음악적 역량과 고유한 색깔을 최대치로 담아낸 하이라이트 트랙이다.

이어지는 트랙들도 준수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팝적인 터치가 늘어난 가운데, “Over” 같은 트랙에서는 완전히 록에 가까워진 사운드를 시도하기도 한다. “MELODY”만큼 강력한 트랙은 없지만, 대부분 가볍게 듣고 즐길 만한 선에서 마감됐다. 한편, “그랑프리”에서는 기존의 음악적 색깔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드릴 음악의 요소를 더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빈지노(Beenzino)는 오랜만에 등장해서 감탄을 자아내는 퍼포먼스로 곡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그러나 뒤이어 나오는 “Checks”부터 급격히 몰입도가 떨어진다. 래칫 리듬을 활용한 사운드도 이전 트랙들과 이질감이 들뿐더러, 벌스를 모두 게스트에게 일임해 마치 보너스 트랙 같다. “Checks”가 중간에서 흐름을 끊어놓은 탓에 후반부 트랙들의 감흥도 반감된다. 게다가 평이한 완성도를 가진 비슷한 무드의 트랙들이 이어지다 보니 사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특유의 개성이 살아있는 싱잉 랩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루피(Loopy)(“Error”)와 릴보이(lIlBOI)(“One More Night”)의 벌스 외에는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이는 애쉬 아일랜드의 퍼포먼스가 게스트들보다 개성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추상적이고 뻔한 표현과 휘발성이 강한 한영혼용으로 일관하는 가사 또한 [ISLAND]의 약점 중 하나다. 이별 후의 그리움을 노래한 “MELODY”의 가사만이 기억에 남는다.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풀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흐름을 끊는 “Checks”의 존재와 한 앨범 안에서도 반복되는 자기 복제가 발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