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콰이 - WEAK:END
- rhythmer | 2021-03-26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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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콰이 (Kwai)
Album: WEAK:END
Released: 2021-03-12
Rating:
Reviewer: 남성훈
콰이(kwai)가 데뷔 EP [Flowering4](2020)에서 비관주의가 깔린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린 한국사회와 힙합시장은 마치 숨겨진 세계를 들여다보듯 인상적이었다. 색다른 가사와 뛰어난 퍼포먼스가 우선이었지만, 쉽게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신인이라는 것과 이른바 타입 비트(Type Beat)로 구성한 프로덕션도 신선한 감흥을 주는 데 한 몫 했다.[WEAK:END]에서 콰이는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다. 전작처럼 혼잣말을 읊조리듯 자신이 속한 세상의 실루엣을 무채색으로 그려가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그는 첫 트랙 "벤처"부터 마지막 "익스클루시브"까지 담아낸 음악의 성격과 자신의 경쟁력을 명징하게 펼쳐 놓는다.
익숙한 랩/힙합 음악의 주제에 부합하기 때문에 콰이는 비로소 한국힙합 시장의 참여자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그가 지닌 차별점을 희석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부각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전히 냉소가 짙게 깔린 접근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콰이는 랩 음악으로 성공을 갈망하지만, ‘난 역배 혼자 bet 그러니 배당금 내꺼 일단 엔터테인 내 음악에서 빼줘’라고 시장 논리와 반보쯤 거리를 둔다. 여기에 ‘난 음악 한다 깝치고 잰 적도 없어 느껴지는 다른 공기 왜 숟가락 얹어 다 떠먹여준 음악에 대체 뭔 설명’이라며 다른 래퍼와도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다. 힙합 가사 속 과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삐딱한 접근법으로 이른바 ‘언더독 효과’도 챙기는 모습은 꽤나 흥미롭다.
타격감이 주효한 랩 퍼포먼스 역시 인상적이다. 짧게 끊어 치면서 만드는 박자에 된소리를 강조한 라이밍을 더했다. 여기에 성대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적당히 발음을 뭉개 마치 옆에서 듣는 듯한 현장감을 조성한다. 대표적으로 “스킵”과 “ICY”가 이러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다만, 빽빽하게 랩을 쳐내는 스타일이 쌓은 긴장감을 환기할만한 구간은 부재하고, 전작의 강점이었던 공감각적 연출도 줄어들었다.
뛰어난 비트 초이스 능력과 피처링 래퍼들의 활약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하지만, 짧은 분량 자체가 못내 아쉬울 정도다. 그럼에도 [WEAK:END]에서 다시금 콰이의 재능과 매력적인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건 확실하다. 전작과는 결이 많이 다른 컨텐츠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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