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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버벌진트 - 변곡점
    rhythmer | 2021-04-20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버벌진트(Verbal Jint)
    Album: 변곡점
    Released: 2021-04-06
    Rating:
    Reviewer: 황두하










    버벌진트의 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자기 항변이다. ‘IP 사건이후 느낀 심경과 발전 없는 씬에 대한 실망감을 풀어낸 [누명](2008)은 대표적이다. [GO HARD Part 1 : 양가치](2015)도 그렇다. 표면적으로 대립하는 가치들의 충돌을 컨셉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속을 채운 내용은 자신을 비판하는 평론가와 장르 팬들을 향한 자기 항변이었다.

     

    당시 그는 발라드 랩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 옅어진 음악 색깔과 떨어진 퀄리티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음악 스타일을 바꾼 것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응수했다. 두 작품 다내 음악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 대한 반박을 담았지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음주운전 사건 이후 그는 사건에 대한 반성이 담긴 가사를 줄곧 써왔다. 사건으로부터 약 1년 만에 발표한 EP [변명없이 (No Excuses)]는 물론, 게스트로 참여한 곡에서도 이에 관한 언급은 빠지지 않았다. 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고, 커리어 초기와 같은 독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강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항변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느껴지는 행보였다. 비슷한 패턴의 가사가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버벌진트라는 래퍼의 콘텐츠 중 하나같은 인상이 들기도 했다.

     

    이는 약 5년 반 만에 발표한 일곱 번째 정규 앨범 [변곡점]에서도 이어진다. 첫 트랙인 “Gone for a Minute”과 이어지는 “Hey VJ”에서 그는 그간의 소소한 근황과 삶에 대한 철학을 늘어놓는다. 사건에 대한 반성 역시 빼놓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난 존중해 그런 문제의식 / 내가 더 이상 RKelly 듣지 않듯 / 누군가에겐 난 out 알아같은 가사처럼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고 여지를 둔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걷는 중”, “Open Letter”, “나는 하수다” 등의 트랙에서도 본인의 단점과 한계를 인정하고, 묵묵히 내면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한다. 사건과 별개로,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다가와 공감대가 넓어진 느낌이다.

     

    그러나흑화의 뜻부터 이러한 감흥은 어그러진다.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이전까지와는 이질감이 든다. 그중에서도 유명인으로서 겪는 부침을 토로하는공인은 처음부터 음주운전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예시로 들면서 초반부의 곡들을 무색하게 한다. 그동안의 다짐과 타인을 향한 마음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설득할 만한 지점이 부재하다. 게다가 자기 반성마저 곡에 담는 순간 결국 외부를 향하게 된다.

     

    그래서 그를 향한 질투와 뒷담화에 은근슬쩍 경고를 날리는내가 그걸 모를까도 설득력이 약해진다. 오히려 최근 본인을 향한 장르 팬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받는 저스디스(JUSTHIS)의 벌스가 주는 쾌감이 더 크다. 다소 교조적인 자세를 취한아홉수”, “물론 아냐 라면같은 트랙도 당황스럽다. 오히려 조금 더 가볍게 이야기를 푸는 “My G-Wagen”, “불협화음같은 곡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는 여전히 적재적소에 배치한 라임과 유려한 플로우가 어우러진 최상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공인”, “내가 그걸 모를까등에서는 톤에 변화를 주거나 여백을 두어 강약을 조절하며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어 라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래퍼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잦은 한영혼용 가사는 집중력을 흐린다. ‘eyes on the prize fuck 나머지 / 시선은 결승점을 향해 둘 뿐’(“흑화의 뜻”) 같은 라인은 대표적인 예다. ‘wait is he middle fingering me? / 아 씨x 정상수냐? 야 지금 이거 찍지’(“공인”)처럼 영어와 한국어 라인을 번갈아 사용해 라임을 맞추는 경우도 너무 빈번하다. 휘발성이 강한 작법 탓에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가 버린다.

     

    그가 직접 책임진 프로덕션은 준수하다. [누명]의 향수가 느껴지는 “Hey VJ”부터 피에르 본(Pi’erre Bourne) 스타일의 트랩 사운드를 시도한 “Open Letter”, “불협화음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엿보이는 곡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대부분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다만, 댄스홀 리듬을 차용한 뻔한 구성의물론 아냐 라면이나 유브이(UV)가 시도했던 레트로 패러디 트랙을 다시 한번 패러디한 것 같은비정한 세상 피토하는 음악은 완성도가 낮고, 나머지 곡들과도 이질감이 들어 흐름을 단번에 깨버린다.

     

    [변곡점]은 전에 없이 차분한 태도로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과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 사이의 온도 차가 너무 큰 탓에 자연스러운 감화를 주지 못한다. 입장 차이를 메꿔줄 만한 장치도 없다 보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본작이 성숙한 변화가 아닌 커리어 내내 이어져 온 일관적인 자기 항변의 서사로 읽힌다. 타이트한 랩 퍼포먼스는 여전하지만, 음악적으로 변곡점을 그릴 만한 작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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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fxmdboy (2021-09-16 05:57:05, 59.26.98.***)
      2. 전 앨범이랑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좋았고 그만큼 이야기하려는것도 달라진 느낌이라 버벌진트의 색다른 앨범이라고 생각함. 힙합팬으로선 아쉬운 앨범이지만 버벌진트의 팬으로선 충분한 가치가 있고 멋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1. 김상현 (2021-07-27 11:17:42, 119.69.69.***)
      2. 오히려 그런 온도차가 변곡점이라는 제목과 더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변곡점이 위로 볼록한 그래프가 아래로 볼록해지는 점이나 그 반대인 점을 의미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온도차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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