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제이호 - Locals Only
- rhythmer | 2021-06-14 | 4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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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제이호(Jayho)
Album: Locals Only
Released: 2021-05-20
Rating:
Reviewer: 이진석
제이호(Jayho)는 리짓군즈(Legit Goons)의 네 래퍼 중에서 개인 활동이 가장 적었다. 리짓군즈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꾸준히 참여했으나, 2016년 발매된 [르망] 이후 솔로 작업물은 계속 밀려갔다. 약 5년만에 발표된 [LOCALS ONLY]는 여러 면에서 [르망]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느긋한 기운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제이호는 여전히 평화와 낭만을 적극적으로 좇는다.제이호의 태도는 느긋하다가도 염세적이며, 때로는 호전적이다. 도심, 혹은 시끄러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고, 고요한 평화를 추구한다. 이런 그의 인생관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골자가 되어 곳곳에 묻어난다. 컨트리풍의 프로덕션으로 경쾌하게 작품을 시작하는 “O DARLING”을 지나 펑크 기타 루프와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Jungle”에서 치열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동네”에 이르러 도심을 떠나 여유를 찾아간다.
“컨츄리보이”, “서프갱”에선 한국의 지방 소도시와 시골의 요소들을 적절히 끌어와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앨범의 테마를 한 곡으로 응축한 듯한 트랙 “동해”를 지나 나오는 “Tsunami”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마무리다.
기술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개성 있는 톤으로 차분히 박자를 밟으며 뱉는 랩은 꽤 매력적이다. 더불어 앨범의 중심주제, 분위기와 차지게 맞물린다. 제이호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앨범 내의 여러 요소와 그의 캐릭터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레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피처링과의 합도 긍정적이다. “정글”에 참여한 버벌진트(Verbal Jint)와 김아일은 각각 타이트한 벌스와 독특한 음색의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뱃사공은 [탕아]에 수록되었던 “부재중”에 이어 “컨츄리보이”에서도 뛰어난 호흡을 주고받는다. 모두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곡의 감초 역할을 했다.
프로덕션은 리짓군즈의 아이딜(iDeal)이 주도한다. 그는 기타 사운드를 앞세워 앨범의 느긋한 무드를 주조하면서도 컨트리, 록, 펑크 등 여러 장르를 차용해 곡을 연출하며, 일체감 있는 프로덕션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오투(The O2), 빅라이트비츠(Biglightbeatz), VMC의 버기(Buggy)가 각각 참여해 분위기에 걸맞은 비트를 제공했다.
다만, 가사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부족하다. 우선, 'Call me danger / 필요해 더 센 거 / the bigger bait the bigger fish', '법대로 해라 I get it / 범법 take it or leave it'처럼 내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단조로운 영어 가사가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특히 후렴구에서 도드라진다. 여유로운 바이브에 맞춰 흥얼거리는 후렴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내용 면에선 한계가 드러난다. 한국어 가사의 비중을 높인 “동해”가 주는 감흥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아쉽다. 이처럼 단순한 라인과 패턴이 이어지는 탓에, 어느 시점부턴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리짓군즈의 멤버들은 단체의 색과 별개로, 저마다 다른 캐릭터와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개성 강한 이들이 모인 컴필레이션에서 전체적인 기운을 정돈하는 데는 제이호의 역할이 컸다. 특히, [Camp]나 [Junk Drunk Love]의 느긋한 분위기는 제이호의 캐릭터를 크루 단위로 확장한 느낌이었다. 이번 앨범에선 반대로, 익숙한 리짓군즈의 결과물을 제이호의 세계로 끌어와 펼쳐놓은 인상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금 확실한 캐릭터와 음악 스타일을 정립했고, 편안하면서도 개성있는 결과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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