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오이글리 - For The Poser
- rhythmer | 2021-10-07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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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오이글리(Oygli)
Album: For The Poser
Released: 2021-09-03
Rating:
Reviewer: 황두하
신예 오이글리(Oygli)의 랩은 스타일이 확실하다. 낮은 톤으로 발음을 씹으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랩은 일견 마스타 우(Masta Wu)를 떠오르게 했다. 느릿하게 박자를 밟아나가다가 순간 속도감을 올리는 감각도 인상적이다.작년 11월에 발표한 데뷔 싱글 “1에서 8”은 그의 장점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숫자로 라임을 쌓아가는 방식은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 중 하나다. 그러나 오이글리의 퍼포먼스는 곡을 세련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FOR THE POSER]에서도 담백하며 스타일이 확실한 랩이 죽 이어진다. 그중 속도감 있는 트랩 넘버 “Brand New”는 그의 랩이 가진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짧은 문구를 반복하는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후렴, 예상치 못한 플로우 전환이 쾌감을 끌어올린다.
다만, 나머지 트랙에서는 무난한 퍼포먼스가 이어져 집중력을 흐린다. 오이글리의 랩은 애초에 화려한 스킬을 뽐내기보다 은근하게 리듬을 밀고 당기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청각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부분을 가미할 줄 아는 노련함이 부족하다. 그래서 5곡밖에 되지 않지만, 금세 지루해진다.
이는 가사 탓이기도 하다. 그는 전곡에 걸쳐서 라이프 스타일과 태도를 강조하며 신인다운 패기를 드러낸다. 그런데 파티 다음 날 아침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CIG”와 뻔뻔하고 능글맞은 면모가 부각된 “Brand New”를 제외하면, 진부한 표현으로 일관한다. 상당히 많은 양의 영어 가사도 기존 힙합 트랙에서 들어봤던 라인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한편, 프로듀서 홀리데이(HOLYDAY)는 오이글리에게 딱 맞는 판을 깔아줬다. 특히, 피프티 센트(50 Cent)로 대표되는 2000년대 클럽튠 스타일을 차용한 “New Normal”, “Block” 같은 트랙은 특유의 랩 스타일과 무척 잘 어울린다.
버기(BUGGY)와 야릴(Yalil)이 공동 프로듀싱한 “세미스지”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두꺼운 베이스라인이 강조되어 근래 유행하는 트랩 사운드와도 맞닿아있다. 레트로한 사운드지만, 덕분에 세련미가 느껴진다.
게스트의 참여는 장단이 있다. “세미스지”에 참여한 오디(ODEE)와 뱃사공은 타이트한 랩과 각자의 상황을 재치있게 녹여낸 가사로 듣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비트가 소강되며 등장하여 한순간에 집중도를 높이고, 후렴 가사를 본인 스타일로 비튼 뱃사공의 센스를 치켜세울 만하다. 반면, “New Normal”에 참여한 던 밀스(Don Mills)는 곡에 맞지 않는 높은 텐션의 랩으로 분위기를 끊는다.
오이글리의 랩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FOR THE POSER]의 가장 큰 장점도 랩이다. 하지만 그가 지닌 가능성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일관된 톤앤매너로 밀고 나간 것은 긍정적이지만, 속을 채운 내용이 부실하다. 그렇다 보니 5곡, 13분의 짧은 러닝 타임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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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okepurpp (2021-10-07 21:03:24, 58.29.36.***)
- 던밀스는 저번 리뷰부터 계속 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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