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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화나 - FANATIIC
    rhythmer | 2022-01-19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화나(FANA)
    Album: FANATIIC
    Released: 2021-12-24
    Rating:
    Reviewer: 이진석









    한국 힙합에서 화나의 위치는 베테랑 대부분과 결이 다르다.
    그는 [쇼미더머니]를 위시한 대형 미디어의 시류에 올라타는 것을 거부했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원했다. 화나가 운영한 복합문화공간이자 신예들의 등용문이었던 '어글리 정션(The Ugly Junction)'은 이 같은 행보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Daytona Entertainment)에 합류한 뒤 곧바로 발매한 [FANATIIC]은 그가 소울컴퍼니(Soul Company) 시절 발매한 [Fanatic]의 후속작이다. 첫 정규작으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현재에서 음악을 시작한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고 소회를 밝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더콰이엇(The Quiett)과 프리마 비스타(Prima Vista)의 프로덕션이다. 전반적인 분위기에선 [Fanatic]을 비롯한 당대의 작품들이 연상되는 한편, 보다 고급스럽게 완성되었다. 투박한 드럼 라인 위로 음산하게 떨리는 사운드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단체곡 “GREEN Is The New Black”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고전 펑크(Funk) 넘버를 샘플링해 펑키한 느낌을 살린 “FANA Funk”나 재지한 무드로 완성된담배가 모자라” 같은 트랙도 흥미롭다.

     

    객원의 활약도 특기할만하다. “BFG”에 참여한 베이식(Basick)은 날카로운 목소리의 타이트한 래핑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VIEW”에서 팔로알토(Paloalto)는 화나와 얽힌 일화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견고한 벌스를 선보였다. “GREEN Is The New Black”에서 제네더질라(ZENE THE ZILLA)의 유연한 벌스에 이어 등장하는 빌스택스(Bill Stax)의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강렬하다.

     

    약점은 화나의 랩에서 드러난다. 그는 여전히 강박처럼 보일 정도로 라임을 빽빽하게 채워 넣고, 이를 최대한 강조하듯 랩을 풀어간다. 화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작법이지만, 예전과 달리 빼곡한 라임의 양만으로는 감흥을 자아내기 어렵다. 이상의 라임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유려한 플로우로 담아냈을 때 독자적인 작법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보다는 나아졌으나 랩 퍼포먼스가 과잉된 라임에 함몰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가사도 아쉽다. “광흥창에서”, “2810”, “발아처럼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곡에선 어느 정도 그의 장기가 효과를 낸다. 그러나 ”FANA Funk”, “차이등의 자기과시성 트랙에선 감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내 방식은 전무후무/해왔지 늘 선구 추구'처럼 귀에 꽂히는 라인 없이 부자연스럽게 각운을 이어 붙인 가사가 계속되는 탓에 집중력이 흐려지고 답답한 느낌이 앞선다.

     

    [FANATIIC]은 그가 2000년대 중반부터 끌어온 커리어를 한 차례 정리하는 듯한 작품이다. 완성도 있는 프로덕션이 뒤를 받쳐주었다. 또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온 행보가 배경이 되어 무게감도 얹혔다. 애초에 그의 작법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다시 한번 쾌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화나가 꾸준히 지향해온 특유의 작법에 몰입하기 어렵고, 부족한 퍼포먼스가 감흥을 앗아간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존재감이 큰 [Fanatic]의 후속작이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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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tu (2022-01-24 15:55:51, 223.39.162.**)
      2. 화나의 기존팬으로서는 선물같은 앨범
      1. ripxxxtentacion (2022-01-24 00:37:45, 39.115.95.**)
      2. 평론이란게 주관적인게 맞긴 한데 뭔가 요즘들어서는 저희로써는 이해할수 없는 평론이 자주나오네요
      1. mrlee (2022-01-22 21:28:33, 116.126.28.***)
      2. 애초에 fanatic도 좃거품 그보다 못한 후속작은 말할 것도 없음
      1. 권준엽 (2022-01-21 13:58:46, 112.150.117.**)
      2. 라임을 빽빽히 채워넣은게 강박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저에게는 잘 공감이 되지가 않네요 :(
      1. ripxxxtentacion (2022-01-21 00:13:19, 39.115.95.**)
      2. 은근슬쩍 테이크원 빼는거보소
      1. 우유곽 (2022-01-20 23:22:38, 1.236.111.**)
      2. 이게 3점? ㅋㅋ 대체 왜?
      1. 노작 (2022-01-20 17:36:29, 124.54.78.***)
      2. 리드머는 왜 화나를 작법을 저평가하는지
      1. 김진명 (2022-01-20 06:26:01, 1.229.235.**)
      2. 점수에 큰 이상은 없지만 인상깊은 객원에 테에크원 언급이 없네.. 어쩔수 없는건가?
      1. 브라운아이즈 (2022-01-19 19:15:22, 116.124.125.***)
      2. 리드뭐쉑들 은근슬쩍 GREEN Is The New Black에서 김태균 뺴네요
        그래도 3점 받을만한 앨범인것같으면서도
        호미들 1집과 같은 점수를 받을만한 앨범은 더욱 아닌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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