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라드 뮤지엄 - RAD
- rhythmer | 2022-04-26 | 5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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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라드 뮤지엄(Rad Museum)
Album: RAD
Released: 2022-03-17
Rating:
Reviewer: 김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양하다. 특정 메시지를 품은 예술 작품, 분명한 의도로 작품을 전시해 둔 박물관,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모를 경이로운 자연 현상들까지. 우리는 목적성 여부와 관계없이 감응을 주는 것들에 ‘예술‘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그것이 가진 가치에 경탄한다. 하지만 아무런 목적이 없는 자연마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목적 없이 태어나‘버린’ 인간의 삶은 어떤 가치를 갖는가. 무목적성이 짙은 인간의 삶은 과연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인가.라드 뮤지엄(Rad Museum)은 [RAD]를 관통하는 이 질문에 대해 고뇌하는 듯하다. 화두를 던지는 건 첫 번째 트랙 “God’s Work”다. 앨범의 화자는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에 감탄하지만 박물관에서 빠져나온 뒤 ‘신의 작품’인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음’을 실감한다.
그는 이내 어떤 가치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행복한지 사랑받고 있는지’(“이 밤에”) 같은 ‘정답 없는 질문’을 묻고, ‘신은 우리를 매일 시험에 들게 해’라며 “EXIT”를 찾아 동일한 질문을 묻고 또 묻는 머릿속을 미로에 비유해 실감나게 표현한다. 주인공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독립 영화를 감상할 때처럼, 그가 노래하는 말들을 자주 곱씹게 된다.
앨범의 핵심이 되는 메시지는 가장 마지막 트랙인 “Forever”에서 등장한다.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잠깐 들렀다 가는 삶에서 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자답한다. ‘영원히 모를 걸’, ‘정답은 없을 걸.’ 라드 뮤지엄은 삶과 가치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으레 해봤을 법한 질문을 앨범에 근사하게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목적성과 무목적성이 빚은 대상을 뚜렷하게 대비하여 추구하는 방향을 재치 있게 드러낸다. 이를테면, 무선 통신 파일 공유 시스템인 “AirDrop”을 초능력에 가까운 텔레파시에 빗대어 노래하는 식이다. 중반부에 자리한 “Off-Line”까지 고려해보았을 때, 그는 결국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품고 있는 메시지를 타자에게 탁월하게 구사한다.
라드 뮤지엄은 얼터너티브 음악을 구사하는 데에 능한 아티스트다. 전작 [Scene]도 기타 사운드에 기반을 둔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구사하며 탄탄한 작품을 만들었다. [RAD] 또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전 앨범과는 달리 다양한 악기를 활용해 다채로운 사운드를 축조한다. 기타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젖은 우산”과 피아노가 중심인 “이 밤에”처럼 미니멀한 구성부터 드럼 사운드와 입체적인 구성이 인상적인 “한량”, 펑크(Funk) 사운드로 흥을 돋우는 “Off-Line”까지 부족함 없다.
프로덕션을 더 촘촘히 채워주는 건 화음 구성이다. 이는 미니멀한 구성의 곡들-“U”, “이 밤에”–이 가진 음울함을 매혹으로 바꾼다. 특히 “Say Hello Inner Child”에서의 화음 구성은 포 프레시맨(The Four Freshmen)의 “It’s A Blue World”를 연상시킨다. 중심이 되는 멜로디 뒤에서 유영하는 음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프로덕션의 흐름 또한 짜임새 있다. 첫 번째 곡인 “God’s Work”부터 “젖은 우산”까지 다소 녹녹하게 진행되던 트랙들이 킥 사운드마저 여유로운 걸음 보폭을 닮은 “한량”부터 펑키하게 반전되고, “Off-Line”, “EXIT”를 지나 “4D”까지 속도감 있는 진행이 흥취를 불러 일으킨다.
이내 “Flashback”부터 “Forever”까지 미니멀하고 차분한 사운드로 마무리되며 여운을 짙게 남긴다. 하나의 이야기를 읊는 듯 일정한 흐름이 두드러지도록 다채로운 사운드가 배치되어 감상의 희열을 증폭시킨다. 메시지의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사운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됐다.
칸트는 예술에 ‘무목적성의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아름다움 자체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지만 그 무목적성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쾌감을 느끼고, 그것이 바로 미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라드 뮤지엄은 [RAD]에서 어떤 의도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알고 있다. 그 어떤 정답도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저 자신을 이루게 한 주변 환경, 생각, 감정, 경험을 구상하고 이를 음악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해 전시할 뿐이다. 그 어떤 의도 없이 전시된 작품에서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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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ungchul (2022-05-24 22:19:54, 175.196.113.**)
- 요즘 프로덕션의 완성도와 별개로
메세지의 완성도까지 높은건 보기힘들었는데 너무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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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key (2022-05-03 19:02:33, 211.205.217.**)
- 4.5점... 저도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사운드도 너무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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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아그만해라 (2022-04-28 20:41:43, 59.31.144.**)
- 호불호가 없을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갈리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들었던 앨범 중에서는 퀄리티가 최고라고 느껴지고 너무 좋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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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오손짜장 (2022-04-27 21:06:03, 58.124.196.***)
- 4.5 점이라.....잘듣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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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야방야방야 (2022-04-27 09:39:09, 211.106.25.***)
- 음악 잘하는건 알겠는데 다시 돌려서 듣고 싶지는 않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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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l (2022-04-26 19:46:03, 211.49.101.**)
- 글쎄... 4점이 적당한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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