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릴 모쉬핏 - AAA
- rhythmer | 2022-05-03 | 3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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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릴 모쉬핏(Lil Moshpit)
Album: AAA
Released: 2022-04-01
Rating:
Reviewer: 황두하
매체에서 그루비룸(GroovyRoom)에게 자주 붙이는 수식어 중 하나는 ‘트렌디함’이다. 이들의 음악은 주로 미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에 기반을 둔다. 2017년에 발표한 EP [EVERYWHERE]은 그룹이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곡을 프로듀싱한 도끼(Dok2)의 [Reborn](2017)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힙합을 폭넓게 소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Sunday”, “어디쯤에” 같은 소프트한 알앤비 트랙이 더 익숙할 것이다.릴 모쉬핏(Lil Moshpit)은 그루비룸 멤버 휘민의 사이드 프로젝트다. 믹스테입 [AAA]에는 그룹 때와 달리 거칠고 강렬한 느낌의 뱅어 트랙이 가득 담겼다.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가 차용됐다는 점이다. 현재 메이저 씬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힙합 음악이 준수한 완성도로 구현됐다. 전반적으로 과장된 신시사이저와 강하게 내려찍는 두꺼운 베이스라인, 속도감 있는 808드럼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쉴 틈 없이 내달린다.
그중에서도 “Yooooo”와 “DIE HARD”가 인상적이다. 전자에서는 소코도모(sokodomo)의 단순하면서도 중독적인 후렴과 키드 밀리(Kid Milli), 폴로다레드(Polodared) 등 개성이 뚜렷한 래퍼들이 어우러져 내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후자는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가 주도하는 트랩 비트 위로 레디(Reddy)와 스월비(Swervy)를 초대해 하트코어(Heartcore)의 아우라를 빌려왔다. 프로덕션과 게스트의 조화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졌다. 폴 블랑코(Paul Blanco)와 식 케이(Sik-K)도 각각 솔로곡(“Moshpit Only”, “Slatty Slut”)에서 개성과 기량이 드러난다.
반면, “Gotta Lotta Shit”은 과도한 레퍼런스가 느껴져 아쉽다. 밝은 무드의 과장된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비트에선 피에르 본(Pi'erre Bourne)이 떠오르고, 디보(Dbo)의 퍼포먼스에서는 영 떡(Young Thug),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등이 스쳐 지나간다. 특히 목을 긁어 소리를 낼 때는 영 떡을 모사하는 것처럼 느껴져 몰입할 수가 없다.
게스트 간의 역량이 차이나는 탓에 텐션이 떨어지는 구간도 있다. “A-Team Freestyle”의 에이샙 앤트(A$AP Ant)와 스트릭(Strick), 미란이, “Back In My AREA”에 참여한 신인 래퍼들은 뻔한 자기과시성 표현의 가사로 일관하여 지루함을 안긴다.
“ON THE BLOCK”의 아우릴고트(Ourealgoat)는 비트와 묘하게 어긋나는 플로우로 중간에서 흐름을 끊는다. 앞서 언급한 폴 블랑코와 식 케이, 그리고 여유와 위트가 가득 담긴 벌스로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준 빌스택스(Bill Stax)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미지가 고정된 아티스트가 다른 자아를 만들어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딥플로우(Deepflow)의 [FOUNDER](2020)에서 반 루더(Van Luther)라는 이름을 내세웠던 티케이(TK)가 있다. 이러한 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음악적 완성도다.
그런 의미에서 릴 모쉬핏의 [AAA]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준수한 완성도의 프로덕션과 폭넓은 게스트 기용으로 음악적 외연을 넓혔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닌 ‘믹스테입’이라는 가벼운 형식을 빌린 것도 유효했다. 커리어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순간을 영리하게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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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야방야방야 (2022-05-04 18:00:09, 211.106.25.***)
- 본인의 스펙트럼을 이 앨범으로 증명한 것 같아요. 세련되고 달달한거도 잘하는데 이런 빡센 스타일도 역시나 잘하네요. 저도 특히 DIE HARD가 좋았는데 들으면서 매드맥스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쌍두마차가 자강두천으로 달려나가는 느낌..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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