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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카이아반트 - Piece Of Space
    rhythmer | 2022-09-26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카이아반트(KAIAVANT)
    Album: Piece Of Space
    Released: 2022-08-25
    Rating:
    Reviewer: 김효진









    카이아반트(KAIAVANT)는 음악 속에서 공간을 찾는다. 그에게 공간이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타자와의 관계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그 관계는 안정적이지 않다. 그가 마주하는 공간은늘 깨지고’(”알지만 되지 않는 것들”, “Earth”), ‘초대받지 않은 세계에 억지로 온 느낌이다(“My world without me”). 미니멀한 프로덕션 기반의 공상적인 분위기가 그의 언어와 세계를 더 돋보이게 했다.

     

    물론 이는 단순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Piece of space]를 듣다 보면 그의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로 이루는 공간이며, 그의 세계는 아직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 같다.

     

    이 앨범에서 그는 끝이 보이는 상대에게왜 넌 날 벌써 잊어?’(“잊어”)라며 따지기도 하고, 끝이 난 관계를 재고하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톺아보기도 한다(“in my mind”).

     

    재밌는 건 이 앨범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또 다시 상대에게말해 아무 생각이 없다고’(“Bohemian”)라면서 따지고, 과거의 말을 재차 들추며 잘잘못을 캐면서(“R u w?”)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앨범명처럼 한 이야기의 일부만 보여주고 끝나는 듯한 구성에 멍해지다가도 금세 그가 내놓을 다음 음악과 서사가 궁금해진다. 풍성한 프로덕션을 완성하며 역량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는 화려하지 않은 프로덕션을 세련되게 소화했다. 그리고 그 프로덕션이 보컬색과 잘 어우러졌다.

     

    그런데 [Piece of space]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사운드 요소로 사용한다. 힙합, 하우스 등과 어우러진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구축되어 듣는 맛이 살아난다. 특히 앨범의 시작을 여는 “How”에 깔린 비브라폰은 그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앨범이 지닌 분위기를 각인한다.

     

    “Woo hoo” “In my mind”에서의 808드럼 구성은 흥취를 돋구고, 뒤이어 “Azalea flower(진달레꽃)”에 등장하는 호른 사운드가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곧장 이어지는방금땅에떨어졌어 808드럼, 기타,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지며 익숙한 봉고풍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만큼 친숙하게 다가갈 여지가 충분하나 그의 보컬이 지닌 매력은 좀처럼 살지 못했다.

     

    Oh girl”이나 “Bohemian”에서 보여주는 단순 반복일 뿐인 영어 가사도 앨범의 매력을 저해한다. 강조를 위한 반복 배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곡 내에서 반복되는 가사들은 강조되기보다 의미없이 빙빙 돌기만 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Piece of space]의 완성도는 탄탄하다. 이전부터 그가 던지던 메시지가 긴 호흡으로 이어져 있고, 프로덕션 또한 화려하게 구축되어 음악적 역량이 도드라진다. 그가 꾸릴 공간의일부(piece)’가 아닌 여분까지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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