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pH-1(피에이치원)
Album: But For Now Leave Me Alone
Released: 2022-09-14
Rating:
Reviewer: 황두하









피에이치원(pH-1)은 하이어 뮤직(H1GHR MUSIC)에 합류한 뒤로 팝적인 성향이 강한 노래를 주로 선보여왔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랩과 담백한 싱잉 랩은 그간 보여준 음악 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작년에 발표했던 믹스테입 [X]를 제외하면, 앨범 단위의 결과물에서는 모두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두 번째 정규 앨범 [But For Now Leave Me Alone]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팝적인 터치가 가미된 곡의 비중이 더욱 늘어났다. 업템포 리듬과 후렴구의 유려한 멜로디 어레인지가 어우러진 “Zombies”, 피제이(PEEJAY)가 참여해 가벼운 질감의 신시사이저를 짧게 끊어치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TGIF”, UK 개러지 사운드를 차용한 “Yuppie Ting”까지 이어지는 초반부는 앨범의 색깔을 대변한다.

 

피제이를 비롯하여 서밋(SMMT), 수민(SUMIN), 모키요(Mokyo), 슬롬(Slom) 등등, 상당히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한 가운데 전반적으로 단출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일관성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수민이 프로듀싱한 “Tipsy”와 “Mr. Bad”는 감각적인 편곡이 인상적이다.

 

전자는 단선적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내달리는 리듬 파트와 신시사이저로 변주를 주어 반전을 선사하고, 후자는 단출한 808 드럼 위로 다양한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교차되며 색다른 감흥의 파티튠이 완성됐다. 본인의 앨범과는 살짝 다른 방향의 사운드를 선보여 더욱 흥미롭다.  

 

그러나 가벼운 질감의 기타 스트로크가 주도하는 팝 록 사운드에 기반한 “Run Away”를 기점으로 집중력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단순한 멜로디의 후렴구와 ‘나쁜 남자’ 클리셰를 답습한 가사가 감흥을 깎는다.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도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붕 뜬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이후 이어지는 트랙들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편임에도 전반부보다 감흥이 떨어진다. 두꺼운 베이스라인과 격하게 감정을 내뱉는 랩이 어우러진 “Shrink Told Me”도 분위기를 역전시키지는 못한다.

 

이는 일정한 톤으로 일관하는 피에이치원의 랩 퍼포먼스 탓이기도 하다. “Shrink Told Me” 외엔 대체로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지루하게 느껴진다. 화려한 스킬을 뽐내기보다는 깔끔하고 안정적인 플로우를 이어가는 스타일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마지막 싸움”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감정을 담아낸 벌스로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로스(Los)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급작스레 얻은 부와 유명세 속에서 진정한 인연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은 앨범의 이야기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표현으로 점철된 곡들이 대부분인 탓도 있다. 늘어가는 돈에 따라 변하는 여자의 태도를 묘사한 “Yuppie Ting”과 술에 취해 전 연인을 떠올리는 “Tipsy”는 대표적이다.

 

특히 “Mr. Bad”, “Run Away”, “Issues”, “배”에 등장하는 성공 후의 화려한 삶 속에서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묘사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이제는 거의 사라진 캐릭터를 보는 듯하다.

 

[But For Now Leave Me Alone]의 매력은 세련되고 유려한 프로덕션이다. 팝적인 터치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장르 음악의 감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가미됐다. 그래서 부담 없이 가볍게 듣기에는 좋다. 그러나 집중해서 들을수록 감흥이 떨어진다. 주인공인 피에이치원의 퍼포먼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이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