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에이트레인 - Private Pink
- rhythmer | 2022-10-24 | 2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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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에이트레인(A.TRAIN)
Album: Private Pink
Released: 2022-09-25
Rating:
Reviewer: 김효진
[Private Pink]는 에이트레인(A.Train)이 2020년에 발표한 [Paingreen]과 보색 관계 같다. 한 쌍으로 묶이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그렇기에 더 대조된다.[Paingreen]은 외부적이다. 삶의 고통을 안고 ‘어딘가 닿고 싶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눈에 그려진다. 한 인물이 걷거나 강을 건너려는 모습이 묘사되고 붉게 타오르는 불이나 초록빛으로 가득한 숲 등 색으로 대표되는 시각적 소재도 뚜렷하게 자리한 덕분이다. 대신 연약한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남겨 두었다.
[Private Pink]는 그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들이 왜 음악 속에 부유했는지, 왜 침잠된 감정이 그가 쌓는 언어의 기틀이 되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해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내부적이다. 비유하자면, 다 자란 나무를 멀리서 바라본 채 전체의 모습을 그리기 보다는 나무 가까이에 다가가 뿌리, 줄기, 이제 막 뻗기 시작한 가지에 돋보기를 마구 대보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서사가 완성되기 보다는 파편적으로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유기성을 갖는 이유는 소재의 보편성과 핍진성 덕분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가 겹겹이 쌓인 총체다. 에이트레인이 펼치는 과거엔 가족이 자리한다. “초록 대문”으로 상징되는 가난과 그로부터 자라난 수치심, 부모님의 직업을 택시 운전사가 아닌 회사원으로 적어낸 “가정통신문”, ‘50만’ 거리만큼의 시간을 품은 “줘도 안 가질 보물”인 택시 차량까지 구체적인 소재가 변칙적으로 등장해 이전 앨범의 추상적 단어들을 경험의 것들로 치환한다.
그래서 “이름을 바꿨다”는 행위가 “잘라도 내가 잘라야지”하는 다짐과 엮여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로 -과거의 열등감, 좌절감, 수치심 등과의 절단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전작 [Paingreen]과 [Private Pink]를 이어 단순한 선을 그리기보다 부피를 구축해 심도 있는 공간을 만들어 공감각적인 감상을 탁월하게 선사한다.
프로덕션 또한 [Paingreen]과 닮았지만 다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나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침잠되고 음울한 분위기가 [Paingreen]과 크게 닮아 있으며, 프로덕션의 중심이 되는 첼로의 쓰임이 [Paingreen]에서 엿볼 수 있었던 고결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스윙 재즈가 가미되어 듣는 재미가 있는 “가정통신문”과 산뜻한 피아노 사운드로 시작하다 보컬을 층층이 쌓아 웅장함을 축조하고 박수 소리로까지 리듬감을 채우는 “식물” 등 각각의 트랙이 존재감을 원 없이 드러내 완성도를 높인다. “안 괜찮아”에선 [Paingreen]에서 들을 수 있던 사운드로 시작하여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타와 어우러지는 오소영의 담백한 보컬이 새로움을 환기시킨다.
프로덕션의 장점이 모두 담긴 곡은 “Something Beautiful”이다. 이전 앨범과의 연결, 새로움의 실현이 모두 어우러졌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Paingreen]과 닮은 음울에 가깝지만, 전혀 다른 프로덕션을 구축한 것이다. 단단한 기반이 되는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에 에이트레인의 보컬 역량이 모자람없이 펼쳐지고,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실로폰 사운드, 후반부의 중추가 되는 브라스, 그 위에 얹어지는 김뜻돌의 중저음 보컬까지 완연하게 어우러진다. 마무리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까지 부족함 없다.
보색으로 엮이는 한 쌍은 색이 대조되는 만큼 대비된다. [Paingreen]과 [Private Pink]처럼 말이다. 이야기의 방향은 물론, 층층이 쌓은 프로덕션도 그렇다. 그러나 보색 관계의 두 색이 섞이면 무채색이 되는 것과는 달리 에이트레인이 만든 두 세계는 섞이면 섞일 수록 더 강한 유채색을 만든다. 에이트레인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고 만들어 낼 수 없는 빛깔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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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성 (2023-01-01 10:42:32, 175.223.15.***)
- 전작을 듣고 온다면 더욱 감흥이 클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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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이즈더 (2022-11-16 16:59:09, 211.200.5.***)
- 4 is way low, reckon this is the best album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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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miss (2022-10-26 00:00:36, 211.218.50.***)
- 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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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22-10-24 22:44:59, 222.110.149.***)
- 이건 뭐, 그냥 명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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