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릴보이 - Meantime
- rhythmer | 2022-12-01 | 5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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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릴보이(lIlBOI)
Album: Meantime
Released: 2022-10-19
Rating:
Reviewer: 이진석
릴보이(lIlBOI)의 커리어엔 언제나 상반된 성향이 공존했다. 랩 발라드로 유명한 긱스(Geeks)의 반쪽, 그리고 크루 두메인(Do'Main)과 벅와일즈(Buckwilds)의 멤버였던 언더그라운드 래퍼. “Officially Missing You”로 대표되는 긱스 활동을 통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흥행의 바탕은 장르적 성취와 거리가 있었다. 이를 인식해서였을까? 그들이 발표하는 앨범엔 팝에 가까운 트랙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인상의 힙합 트랙이 뒤섞였다.그러나 그룹을 향한 인식이 바뀔 정도로 임팩트가 크진 않았다. 자연스레 씬의 주류로부터 릴보이의 위치는 다소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종종 자신을 보는 시선에 대해 항변하기도 했다. 긱스의 “F.U.L.U”, 릴보이와 테이크원(TakeOne)의 합작 앨범 수록곡 “Hot Shot” 등이 대표적이다. 릴보이는 여러 차례 억울함과 분함을 녹여냈다.
긱스 대신 솔로 활동에 힘을 싣기 시작한 뒤부터는 그의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하프타임 레코즈(HALFTIME RECORDS)에서의 작업과 [쇼미더머니] 우승으로 씬에서의 인정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한 듯했다. 이후, 예고는 했으나 베일에 싸였던 첫 번째 솔로 앨범 [Meantime]이 발표됐다.
강욱(Gang-uk)과 슬롬(Slom)이 키를 잡은 프로덕션은 가벼운 터치의 경쾌한 무드가 이어진다. 팝적인 색채 또한 많이 가미되었다. 록(Rock) 사운드를 내세운 “Wake up!”, 보다 댄서블한 구성의 “Borderline”과 “Dance”, 템포를 낮춰 차분하게 진행되는 “Fallin’” 등의 음악은 적당한 세련미를 갖추었고, 일체감 있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릴보이의 랩이 지닌 장점은 유효하다. 약간은 앳된 톤과 시원시원한 발성에서 비롯된 래핑은 확실히 개성 있다. 순간순간 강세를 꽂아 박자감을 만드는 솜씨도 훌륭하다. 첫 곡 “Travelin”부터 “Fuck!”, “In the Meantime” 등은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난 트랙이다.
반면, 안이한 보컬과 멜로디라인이 중심에 놓인 트랙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초반부에 등장해 이전의 경쾌한 흐름을 깨는 “Fallin’”, 기리보이와 함께한 “시간이우리를바꿀수있다면”은 대표적이다. 가사 면에서도 아쉽다. 사랑과 꿈처럼 보편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 대부분이 귀에 남는 부분 없이 휘발된다.
릴보이의 행적을 좇아온 오랜 팬이라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꿈보다 해몽이 될 여지가 크다. 인털루드(Interlude) 정도로 들어간 두 개의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해 14곡이라는 제법 많은 수의 트랙이 지나가지만, 내용적으로든 표현 및 말맛이 주는 쾌감이든 크게 와닿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
말끔한 형식미는 더러 느껴질지언정 매력적이지 않은 음악들 역시 발목을 잡는다. Meantime] 속의 결과물 대부분은 차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팝랩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물론, 전반부의 포문을 여는 “Travelin’”과 전체적인 앨범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한 “Borderline” 같은 곡은 장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감흥이 적음에도 릴보이의 기존 음악을 돌아봤을 때 납득이 되는 영역에서 전개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특히 “시간이우리를바꿀수있다면”부터 “Away”에 이르기까지의 구간이 그렇다. 가장 많은 객원이 참여한 구간이지만, 정작 앨범의 주인인 릴보이를 포함하여 주목할만한 퍼포먼스를 펼친 이는 찾기 어렵다. 더불어 일정한 시점 이후론 비슷한 분위기와 멜로디가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방점을 찍거나 분위기를 환기해 줄 요소가 부족한 데다가 킬링 트랙마저 없다 보니 대부분의 곡이 기억에 남지 않고 흘러간다. 앨범의 일체감이 되레 지루함을 가중한 셈이다.
릴보이는 분명 기술적인 장점이 뚜렷한 래퍼다. 더욱이 장르 씬의 외곽을 겉돌던 과거를 벗어나 일련의 사건과 과정을 통해 나름의 극복 서사를 갖게 되었다.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주목도가 높아진 시점에 발표하는, 오래도록 예고했던 첫 정규작이다. 그렇기에 무난함과 부족함 사이의 경계에 갇힌 완성도가 더욱 아쉽다. 밝고 경쾌한 기운이 [Meantime]을 이끌어가지만, 결과적으론 그다지 즐겁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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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린무관탈출기원 (2022-12-15 22:46:19, 121.124.179.**)
- 한 곡을 들으면 다 들은 거 같은 앨범이 있죠 그 예시에 민타임도 넣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좋은 뜻이 아니라 나쁜 뜻으로요
앨범 자체만으로도 그리 큰 감흥이 없는데 앨범 아티스트에 릴보이가 붙어버리고 그의 공백기까지 같이 생각해버리면 더더욱 실망스러운 앨범이 아닐 수 없는 거 같습니다
2.5는 좀 가혹하지만 아예 납득이 안 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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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야방야방야 (2022-12-08 13:26:39, 211.106.25.***)
- 진짜 지루했던 앨범. 이런 바이브는 훨 잘하는 애들이 지천에 널렸는데굳이 릴보이 앨범에서까지..? 게다가 민타임 이름 달고 나온 첫 앨범에서 듣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특출나지도 않았던 것 같고요. 이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좀 아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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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rita (2022-12-05 23:53:48, 112.150.18.***)
- 힙합 앨범이라기보단 그냥 대중가요 듣는 느낌으로 힘 빼고 릴렉스하게 들었음. 그냥 나 하던거 할게 같은 느낌이라 다른 래퍼들에게 영감을 준다든가 씬에서 릴보이의 위치를 움직이게 해주는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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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아 (2022-12-04 19:39:40, 118.37.255.***)
- 엘범으로써는 모르겠지만 노래 몇개정도는 플리에 넣을만한 좋은 곡도 있는 엘범
전 괜찮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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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byalpaca (2022-12-02 04:24:51, 58.123.66.***)
- 앨범 공백기가 길었던 것이 되려 독이 된 것 같아요. 다만 분위기를 환기해 줄 곡이 없고,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없네요. 꿈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스킷을 역재생한, 두 번째 동명의 스킷 직후 이어지는 "Dance"에서 의도적으로 피치를 올려 꿈과 현실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암시하는 부분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제 의식이 담긴 부분이라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명반을 의식하기보다는 아티스트 본인이 하고픈 음악을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네요(동료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해요). 덧붙여 2.5점이라는 다소 박한 평점에 과거 릴보이가 리드머를 비판한 것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지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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