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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키스 에이프 - Ape Into Space
    rhythmer | 2022-12-12 | 3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키스 에이프(Keith Ape)
    Album: Ape Into Space
    Released: 2022-11-08
    Rating:
    Reviewer: 황두하









    “잊지마(It G Ma)”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장르 팬이 키스 에이프(Keith Ape)에게 건 기대는 엄청났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미국에서의 활동은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았고, 앨범 단위의 결과물도 요원했다. 2018년에 발표한 첫 EP [Born Again]도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로파이(Lo-fi)한 질감의 트랩 사운드는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미 비슷한 스타일이 범람한 가운데 키스 에이프만의 개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클리셰한 표현을 답습한 가사도 아쉬웠다. 트랩 메탈 사운드를 시도한 EP [MOD: APE's Basics in Time and Play](2021) 역시 다소 설익은 완성도가 아쉬웠다. 그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함께 관심도가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Ape Into Space]는 약 1년 만에 발표한 새로운 EP. 과거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빠른 주기로 돌아왔다. 일단 그에 대한 관심의 촉을 다시 세울 만한 지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Mull”이다. 채드 휴고(Chad Hugo)가 웅장한 혼 연주와 간결한 808드럼 라인을 결합하여 만든 비트 위로 한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적인 싱잉랩이 얹혀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가사도 인상적이다. 키스 에이프는 특정 문구를 반복하거나 단순한 어휘를 새롭게 조합하여 신선함을 선사한다. “잊지마(It G Ma)”는 물론, 키스가 여태까지 발표한 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약에 취한 상태를 독특한 표현으로 묘사한 “Eyes Wide Shut”과 많은 단어를 빠르게 내뱉으며 내달리는 “Hydro Ninja”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Hydro Ninja”는 자릴 비츠(Jahlil Beats) 특유의 속도 빠른 드럼 라인과 키스의 랩이 어우러져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한국어 가사의 비중이 많은 곡에서 강점이 더 잘 드러나 흥미롭다.

     

    반면에 영어 가사로 일관하는 곡에선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한국어 가사에 비해서 표현 수준이 현저하게 낮고, 그나마도 유명한 힙합 트랙들의 가사를 빌려와 짜깁기한 인상이 강하다. 랩 퍼포먼스도 덩달아 평범해진다. “Underwater ‘Water’”, “Whiplash”, “Walk With Us” 등은 대표적이다. “Underwater ‘Water’”에 참여한 오케이션(Okasian)의 벌스가 짧은 분량임에도 곡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갔다는 점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반가운 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음울한 피아노 라인이 어우러진 붐뱁 넘버 “Walk With Us”는 키드 애쉬(Kid Ash) 시절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러나 “Mull”이 강렬한 감흥을 준 순간을 제외하면, 앨범 전반의 완성도는 아쉽다. 대부분 메인스트림의 트랩 사운드를 그럴듯하게 재현한 수준에 그쳤다.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인 키스 에이프의 한국어 가사가 뜻밖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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