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도끼 - The Core Tape, Vol. 1
- rhythmer | 2023-02-27 | 4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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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도끼(Dok2)
Album: The Core Tape, Vol. 1
Released: 2023-02-17
Rating:
Reviewer: 황두하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를 탈퇴한 이후 도끼(Dok2)의 커리어는 답보 상태였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타이가(Tyga)의 라스트 킹스 레코즈(Last Kings Records)와 계약하고 미국 시장을 노리는 듯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2022년에 발표한 두 장의 믹스테입(Mixtape)도 음악적으로나 주목도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석 대금 미납 사건과 세금 및 건강보험료 체납 탓에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THE CORE TAPE, Vol. 1]은 체납 논란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다. 도끼는 앨범 전반을 통해 그동안 알려진 사건들을 반박하거나 해명하고, 현재의 상황을 꽤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싱글로도 공개되었던 “Che’ Nobe (Behind The Scenes)”는 대표적. 지난 5년간 앓았던 정신병을 고백하며 사건의 이면보다는 가십에 집중하는 대중의 모습에 실망감을 토로한다
더불어 “Thunderrated”, “Quando”, “Too Many” 등에서는 한국 생활과 힙합 씬에서의 활동에 지쳐 미국 진출이 아닌 심신의 안정을 위해 바다를 건너간 사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논란을 인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입장을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음에도 묘하게 수긍하게 되는 건 구체적인 표현의 가사 덕분이다. 한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가게 된 이유와 그동안 느낀 감정을 하나하나 뜯어서 전시한다. 도끼의 음악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수준의 묘사다.
물론 그의 입장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 속 평화를 찾으려는 노력이 담긴 후반부의 트랙들(“Shilla”, “Meditate”, “Martinelli’s”, “Pursuit Of Happiness (행복을 찾아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도끼의 항변이 설득력을 갖는 건 탁월한 랩 퍼포먼스 덕분이기도 하다. 근 몇 년간 선보인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특히 “Life Is Good (Interlude)”과 “Meditate”의 마지막 벌스, 그리고 “G.O.N.Z.O”에서는 빼곡히 채운 라임과 화려한 스킬의 플로우로 감탄을 자아낸다. 라임이나 플로우를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라인 없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도끼가 한국에서 손꼽는 실력의 래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Quando”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라임과 플로우로 끌고 나가면서도 리듬을 미묘하게 밀고 당기며 그루브를 만드는 솜씨가 경지에 올랐다. 어쿠스틱 기타 라인과 808드럼이 맞물려 내달리는 비트도 탁월하다. 도끼가 여태 발표한 곡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지만, 역설적으로 도끼가 어떤 래퍼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프로덕션은 홀리(Holly)가 전곡을 책임졌다. 808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트랩 비트들 사이에 붐뱁 성향의 곡이 섞여 있다. 그중 앞서 언급한 “Quando”와 피치를 올린 보이스 샘플이 주도하는 속도감 있는 붐뱁 넘버 “Che’ Nobe (Behind The Scenes)”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외에는 무난하게 흘러간다. 또한, 보이스 샘플과 날카로운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어지럽게 뒤섞인 “Martinelli’s”은 랩과 따로 노는 듯해 집중력을 흐린다.
도끼가 등장한 지도 벌써 19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다. 래퍼로서 항상 주창하고 관철해왔던 ‘힙합다운 태도’와 ‘랩’에 집중한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가십에도 랩으로 대응한다. 그의 주장과 스탠스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설득력의 여부는 결국 결과물의 완성도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THE CORE TAPE, Vol. 1]를 듣는다면, 도끼에게 어느 정도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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