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랍온어비트(lobonabeat!)
Album: Trapstar Lifestyle
Released: 2023-03-10
Rating:
Reviewer: 황두하









[Trapstar Lifestyle]은 깔끔하다. 약 22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채운 9곡 모두 군더더기 없다. 트랩을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이 랍온어비트(lobonabeat!)의 차진 랩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곡마다 상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악기와 소스가 활용되어 개성도 확실하다. 덕분에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후반 릭 로스(Rick Ross) 스타일의 트랩 사운드를 가벼운 질감의 808드럼을 가미하여 재해석한 듯한 “Young Boy”,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샘플링한 비장한 비트와 능글맞은 가사의 괴리가 독특한 감흥을 선사하는 “빵댕이”는 프로덕션의 묘미가 돋보인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읊조리는 랩은 오토튠 없이도 기계음처럼 들려 흥미롭다. 싱잉 랩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dAsh!”, “on za”, “Star Love” 같은 곡에서 매력이 배가 된다. 피에르 본(Pi’erre Bourne) 스타일의 “dAsh!”에서는 오토튠을 먹인 애드리브가 난장을 펼치며 흥을 돋운다.

 

랍온어비트는 앨범 전반에 걸쳐서 특유의 생활양식과 태도를 전시한다. 약과 술, 섹스로 점철된 삶을 살며 유명세를 멀리하고, 국내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래퍼로서의 태도를 고수한다. “Young Boy”, “생일”, “빵댕이”처럼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를 이어 나가며 가벼운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on za”, “nnf”, “Outro”에서는 꽤 진지하게 자신의 철학을 설파한다.

 

어조는 달라졌어도 내용은 변함없어서 이질적이지 않다. 그래서 사뭇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는 마지막 곡 “Outro”까지 들으면 묘한 여운이 남는다. ‘Gettin money 난 fame은 필요 없어 당연해 / 연예인 놀이 lame, 날 알아보면 안 되지’는 그의 태도를 대표하는 구절이다.

 

더불어 “on za”나 “Star Love”의 ‘되어줄게 떨 / 그럼 되어줄래 라이터’ 같은 가사에서 대마초를 거리낌없이 끌어와 은유적으로 활용하며 위험과 재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게스트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오이글리(oygli), 빌스택스(BILL STAX), 노윤하, 팔로알토(Paloalto) 등등,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Young Boy”와 “생일”에 각각 참여한 오이글리와 빌스택스는 어느 때보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곡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트랩(Trap)은 오늘날 힙합 음악의 주류 사운드가 된 지 오래다. 초기에는 마약에 관한 이야기와 갱 문화가 반드시 결합되어야 트랩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덕션의 특징만으로 논하기도 한다(물론 현지에서 이 같은 정의에 관한 논쟁은 있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트랩의 서브 장르 또한 생겨났을 정도다. 그만큼 보편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랍온어비트는 [Trapstar Lifestyle]을 기치로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생활양식은 확실히 한국의 기성 래퍼들과 거리가 있다. 언뜻 미국 트랩 래퍼들의 그것과 닮았지만, 본인만의 고유한 언어가 살아있다. 한국에서도 트랩을 지향하는 앨범은 많다. 그러나 [Trapstyle Lifestyle]만큼 잘 빠진 작품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