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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코드 쿤스트 - Remember Archive
    rhythmer | 2023-04-26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코드 쿤스트(Code Kunst)
    Album: Remember Archive
    Released: 2023-03-16
    Rating:
    Reviewer: 황두하









    코드 쿤스트(Code Kunst)는 색깔이 뚜렷한 프로듀서다.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여백을 두고, 디지털 가공한 보이스 샘플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법이 트레이드 마크다. 지난 넉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고유한 스타일을 견고하게 다져왔다.

     

    이번 다섯 번째 정규작 [Remember Archive]에 담긴 음악은 힙합보다 알앤비, 펑크(Funk)의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Jumper”, “Bad Bad”, “Circle”, “in the attic”, “Terminal”, “911” , 모던 펑크를 비롯한 펑크 기반의 곡들이 눈에 띈다. 다만 음악의 결은 조금 달라졌어도 보이스 소스를 활용한 작법은 여전하다. 그래서 크게 변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차분한 알앤비 곡 “Page 1”에서는 후렴구에 리버브를 먹인 보이스 소스를 깔아 아련함이 느껴지고, 드릴(Drill) 비트에 자주 쓰이는 드럼 프로덕션을 차용한 “Crew”에선 피치를 올린 보이스 샘플이 후렴처럼 활용됐다. 그래서 상이한 장르임에도 앨범 안에서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장르의 변화에 맞게 래퍼보다 보컬이 많이 기용됐다. 그중에서도 태버(Tabber), 박재범이 참여한 “Bad Bad”와 백예린, 웬디(Wendy)가 참여한 “55”는 상이한 음색이 어우러져 의외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수민의 나른하면서도 풍성한 보컬과 키드 밀리(Kid Milli)의 기계처럼 차갑게 뱉어내는 랩이 어우러진 “Terminal”도 인상적이다.

     

    특히 수민은 오묘한 남녀 사이와 도시의 밤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을 묘사한 중독적인 후렴구로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곡에 맞는 게스트를 섭외하고 조합하는 코드 쿤스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현악기를 활용한 루프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힙합 곡 “Shine”은 가장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의 차진 랩과 애드리브가 곡에 활기를 더해 듣는 맛이 있다. 곡의 앞뒤로 인터루드(Interlude) 성의 두 트랙(“Wooed”, “in the attic”)을 배치한 덕분에 이물감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난해서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곡들도 있다. “이불”과 “little bit”이 그렇다. 또한 “Crew”와 이어지는 마지막 곡ㅇㅁ은 침잠된 마무리를 의도한 듯하지만,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이상의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게스트가 곡의 감흥을 깎는 경우도 있다. “Jumper”에 참여한 송민호는 가수와 사랑에 빠진 팬으로 분해 감정이 과잉된 상태로 랩을 뱉었다. 하지만 음절을 부자연스럽게 욱여넣어 다소 부담스럽다. 더불어 잭슨(Jackson Wang)이 참여한 “911”은 후반부의 애드리브가 터질 듯 터지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진다.

     

    코드 쿤스트는 항상 자신이 깔아놓은 주제 의식 안에 게스트를 초빙해 왔다. 이번에도 그렇다. 음악을 시작하고 10년 동안 쌓인 기억을 담았다고 한다. 게스트가 주제에 맞는 각자의 경험으로 가사를 써서 코드 쿤스트의 경험과 중첩되며 감상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일례로 “Shine”에서 저스디스(JUSTHIS)우울한 노래를 팔아서 인생을 밝혔지라는 가사로 두 사람의 커리어 초창기를 동시에 생각나게 한다.

     

    코드 쿤스트가 씬에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음악만은 여전하다. 그는 꾸준히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발표하며 영역을 공고히 해왔다. [Remember Archive]도 지금까지의 기조를 이어가는 결과물이다. 신선한 시도나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안정기에 접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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