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소마 - Moth
- rhythmer | 2023-09-13 | 2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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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소마(SOMA)
Album: Moth
Released: 2023-06-30
Rating:
Reviewer: 장준영
소마(SOMA)가 작년에 발표한 [환포(幻泡)의 소녀](2022)는 꽤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하루"를 제외하곤 보컬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였고, 비트와 사운드에 집중했다. 마치 이제는 일렉트로닉 또는 힙합 프로듀서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알앤비의 흔적은 적어지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비트로 일관했다.다만 보컬을 제외한 선택에서 한 발 떨어져 들어보면 파격까진 아니었다. 소마는 항상 다양한 프로덕션을 취했기 때문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기저에 두고 일렉트로닉, 힙합, 레게, 팝, 록을 영리하게 섞어냈고, 다양한 무드를 자아냈다. 강점인 보컬을 최소화한 과감한 선택이 새로운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약 1년 만에 새로 내놓은 [Moth]은 작년과 양상이 다르다. 기존에 잘해오던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려는 것처럼, 전작보단 [Seiren](2019)과 좀 더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날개"를 빼면 모든 곡에서 보컬이 주를 이루고, 힙합과 알앤비 프로덕션에 기반을 두어 사운드를 주조했다.
재지한 악기 소스에 묵직한 붐뱁 비트가 특징인 "버릇"과 "How It Feel"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곡의 구성과 편곡에서 전체적으로 유사하게 완성되었으며, 비슷한 무드가 깔려있다. 그래서 통일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곡들의 개성을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물론, 이로부터 비롯된 앨범의 특징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가네"에선 호흡을 진득하게 섞으며 거친 듯 섬세히 소리 내는 보컬이 돋보인다. 기타와 피아노의 소규모 구성을 넓은 음역을 통해 메운 지점이 인상적이다. 앨범 내내 빈도 높게 사용한 먹먹하고 거친 질감의 노이즈와 보컬 이펙터도 애절한 곡의 무드와 잘 어우러지도록 사용하여 유독 여운을 더하는 요소다. "불나방"에선 전작의 공격적인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디스토션 걸린 기타를 활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소마는 본래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아티스트다. 이번엔 사랑으로 한정해 노랫말을 써냈다. 소재상으론 "Zebra", "ADHD", "귀가 (歸家)" 등의 기존 곡보다 독특하고 기발하진 않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표현이 인상적이다. 의태어와 비유를 풍성하게 사용하고, 종결 어미에 변화를 다수 주었다. "버릇"에선 리듬에 딱딱 들어맞는 음절 구성에 각운이 살아나 맛이 한층 배가된다.
[Moth]에 담고자 한 것은 '불편하고 자극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비록 이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많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감각을 자극한다. 다음 작품이 [환포(幻泡)의 소녀]에 가까울지, [Seiren]과 비슷할지 궁금해진다. [Moth]가 여전히 그의 새로운 결과물을 기약하게 하는 작품인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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