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 Uneducated World 2
- rhythmer | 2024-08-01 | 4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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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Album: Uneducated World 2
Released: 2024-05-27
Rating:
Reviewer: 남성훈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는 힙합 음악 속의 다양한 요소를 배합한 코미디 랩으로 한국 힙합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과장하고 패러디하며 뻔뻔하게 뱉는 래핑과 수준급 프로덕션을 통해 듣는 재미까지 갖췄다. 그런데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를 정말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를 소화하는 한국 힙합 시장 자체다. '기믹', '밈' 래퍼인 그가 씬의 중심에 여유롭게 진입하고 아티스트와 장르 팬, 평단 모두에게 한국 힙합의 주요 아티스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일이다.[UNEDUCATED WORLD 2]는 데뷔 EP의 속편이다. 중량감에 걸맞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음악의 종합판이자 확장을 노리는 앨범이다. 그는 감상의 방향을 제공하려는 듯 앨범 타이틀로 자신을 규정해 왔는데, 이번에는 인트로인 "Uneducated Universe (intro)"에서부터 사실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던지고 시작한다. 반복된 기믹의 식상함을 타파하려는 듯한 시도는 초반에 몰려 있다. “쾌락주의”부터 “Check It Out”까지 EDM과 록 사운드를 과감히 차용하는가 하면, 과격한 가사를 몰아치듯 뱉으며 하드코어한 면모를 연이어 부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랩은 개성이 강한대신 합이 조금만 어긋나도 어설픔이 크게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설정과 산만함이 가중된 프로덕션 사이로 이 같은 약점이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특히 앞선 두 곡과 달리 가사적으로도 별다른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Kill the Show”, “Check It Out”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이어지는 “박혁거세”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진가가 담긴 곡이다. 사실은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로 풀어낸 가사가 신선함 이상의 재미를 주고, 이를 구현하는 적당한 속도감으로 비트에 쫀득하게 달라붙는 멜로딕 랩도 탄탄하다. 가사 내용과 달리 청량한 기운의 프로덕션과 래핑으로 귀를 잡아끄는 “기상캐스터” 역시 그의 고유한 매력을 잘 담아낸 트랙이자 [UNEDUCATED WORLD 2]를 대표할 만한 대중적 넘버다.
그러나 중반 이후 두 개의 사랑 노래에 이어 유명세에 따른 허망함과 또 다른 시작 및 다짐을 풀어내는 곡이 주는 감흥은 다소 애매하다. 그가 드러내는 인간적인 면모와 현실적인 상황이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란 캐릭터의 경계를 흐린다. 이는 한국 힙합 씬에서의 그의 위치 때문에 벌어진 특이점이지만, 어쨌든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곡 안에 짜인 기믹의 견고함이 떨어질수록 그의 평이한 랩 실력만 부각될 뿐이다.
후반부에서 릴러말즈(Leellamarz)와 디보(Dbo)의 참여가 놀라운 시너지를 내는 “나쁜X”과 “New Life”는 새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만 만들 수 있는 곡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UNEDUCATED WORLD 2]는 그의 정점과 약점이 모두 담긴 앨범이다. [Hoodstar] 시리즈가 보여준 응집력의 부재가 아쉽지만 그의 음악적 고심만큼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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