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식케이 & 릴 모쉬핏 - K-FLIP
- rhythmer | 2025-02-06 | 3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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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식케이 & 릴 모쉬핏 (Sik-K & Lil Moshpit)
Album: K-FLIP
Released: 2025-01-08
Rating:
Reviewer: 황두하
[K-Flip]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샘플링이다. 앨범의 제목처럼 릴 모쉬핏(Lil Moshpit)은 모든 곡에 한국 음악을 샘플링했다. 오케이션(Okasian)의 “Lalala”, 더 콰이엇(The Quiett)의 “2 Chainz & Rollies” 같은 힙합곡은 물론, 실리카겔(Silica Gel), 김사월, 칵스(THE KOXX) 등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차용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순히 한국 곡을 샘플링했다고 해서 곡의 완성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결국 얼마나 감각적으로 곡을 구성했는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K-Flip]은 성공적이다. 우선 실리카겔의 “Desert Eagle” 후주에 웅장한 신시사이저를 더해 레이지(Rage) 비트로 자연스레 확장되는 첫 곡 “K-FLIP”부터 기대치가 상승한다. “Desert Eagle”과 이어서 들으면 마치 같은 곡의 다른 버전처럼 들려 흥미롭다.
유튜버 천인학의 목소리를 디지털 가공해서 음산한 분위기를 살린 “KC2”, 김사월의 “달아”를 곡의 주제와도 맞닿게 차용한 “Self Hate”도 인상적이다. 전곡이 레이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상이한 스타일의 소스를 신선하게 활용한 덕분에 19분의 짧은 재생 시간에도 다채롭게 느껴진다.
마지막 곡 “Public Enemy”는 단연 앨범의 백미다. 칵스의 “zeitgeist”에서 따온 전자 기타 리프에 속도감 있는 808드럼과 베이스를 얹어 강렬한 레이지 비트를 완성했다. 원곡 자체가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중독성이 있어서 레이지에도 이질감 없이 잘 묻어난다. 샘플링에 대한 정보 없이 들으면 그냥 잘 만들어진 신시사이저 루프처럼 느껴진다.
“Public Enemy”에서 식케이(Sik-K)의 랩도 인상적이다. 차진 플로우와 ‘Trapper인 양 왼쪽 어깨에만 둘러멘 가방 / Huh, 안에 들어있는 건 보조배터리잖아’처럼 실소를 일으키는 가사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노윤하와 우슬라임(Wuuslime)도 상반된 톤의 랩으로 제 몫을 해냈다.
식케이의 존재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은 단연 “Lalala (Snitch Club)”이다. 샘플링 원곡을 차용한 가사로 시작해 특정 인물을 향한 비방으로 꽉 채운 벌스가 흥미를 불러일으켜 단숨에 집중하게 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정확하고 구체적인 덕분에 랩도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다시 말하면, 플로우에 가사를 맞춘 게 아니라 가사에 플로우가 따라가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대체로 식케이의 랩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레이지라는 장르의 전형을 따른 플로우 구성과 휘발성 강한 영어 가사 탓이다. 특히 ,”KC2”는 식케이뿐만 아니라 게스트로 참여한 김하온(HAON)과 제이민(JMIN) 역시 뻔한 가사와 안이한 랩으로 일관한 탓에 감흥이 떨어진다. “Self Hate”도 처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상의 내용이 부족해서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국내에서도 꽤 많은 아티스트가 레이지 장르를 시도해 왔다. 식케이와 릴 모쉬핏도 이전 작품들을 통해 레이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K-Flip]은 다르다. 여러 장르의 로컬 음악을 접목한 참신한 시도가 음악적 완성도로 이어졌다. 릴 모쉬핏이 그루비룸(GroovyRoom) 때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것 중에서 가장 고무적인 성취다. 식케이의 랩이 아쉬운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Lalala (Snitch Club)”, “Public Enemy” 같은 뱅어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메인스트림 사운드의 로컬라이징에 대한 두 사람만의 해석이 담긴 독창성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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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린무관탈출기원 (2025-02-07 04:56:08, 121.152.62.***)
- = 비트는 미쳤는데 식케이 랩이 좀 아쉬워서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