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바이스벌사 - ANIMAL FKRY
- rhythmer | 2025-04-04 | 6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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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바이스벌사(viceversa)
Album: ANIMAL FKRY
Released: 2025-03-03
Rating:
Reviewer: 남성훈
[ANIMAL FKRY]는 비장한 사운드로 복귀를 알리는 첫 트랙 "Back In The Game"부터 쉽게 떨치기 힘든 쾌감을 동반한다. 바이스벌사(viceversa)의 길다면 긴 공백기가 만든 서사 덕분이기도 하고, 몰아치듯 달려드는 특유의 랩이 여전히 유효한 것을 확인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단, [ANIMAL FKRY]를 바이스벌사의 전작과 확실히 구분하고,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명확하게 서술하지 않지만, 그는 앨범 전체에 걸쳐 아마도 공백기를 포함해 그간의 경험과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바이스벌사는 그런 평범하다면 평범한 주제를 굉장히 극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자신의 강점이 돋보이는 방법으로 말이다.
앨범 전체에 걸쳐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동물, 야생으로 치환한 장치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자칫 유치해 보이기 쉬운 아이디어도, 기술적으로 날것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그의 랩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그리고자 한 감정선이 이러한 컨셉의 도움으로 빛을 발한다. 여전히 거칠고 하드코어한 단어들이 난무하는 가사로 꽉 채워져 있지만, 그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내면에 쌓인 분노를 해소하는 과정에 가깝게 다가온다. 전작들에서 폭발하듯 표출하던 모습과 비슷하더라도, 동시에 정반대의 무엇처럼 느껴지는 묘한 경험이다. 8개의 트랙을 거치면서 성숙과 극복의 맥락이 읽히고, 그 와중에 슬픔과 애잔함이 억지스럽지 않게 깔려 나가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바이스벌사의 랩 기술 자체에 집중해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산만하게 내지르다가도 뛰어난 박자감과 리듬감으로 빠르게 균형을 맞춰 이어가는 모습은, 앨범에서 여러 번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연이어 나오는 "FAQ"와 "The Woods"에서의 퍼포먼스는 언제나 귀를 사로잡는다. 피아노 건반 하나로 긴장감을 끌어내는 "FAQ", 가사와 만나 시각적인 경험을 지원하는 "If I Die"를 비롯해 저스티(Justy)가 모든 트랙에 참여한 프로덕션은 꽤 감각적이면서 견고하다. 속도감 있는 트랩 사운드와 이를 관통하는 음산하면서 몽롱하게 깔리는 멜로디루프는 앨범의 무드를 결정지은 또 하나의 축이다.
[ANIMAL FKRY]는 바이스벌사의 재능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가 좋은 앨범을 만드는 역량을 지닌 아티스트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그를 익히 알고 있던 이가 아니더라도, 장르 음악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한국 힙합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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