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리뷰] 제이통 - 흙
    rhythmer | 2025-11-03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제이통(J-Tong)
    Album:
    Released: 2025-10-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제이통(J-Tong)이 한국 힙합 시장에서 가지는 존재감은 강력하다. 다만, 그가 활동한 15년간 강력한 존재감에 상응하는 경력을 이어갔는가 하면 고개가 약간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제이통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가장 중요한 하드코어 힙합 앨범 중 하나인 [부산](2011)으로 당시 한국 힙합 속 지역주의를 모두 과거의 것으로 만들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발표한 앨범의 완성미는 [부산]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이통은 반시장적 행보와 랩 록(Rap Rock), 어쿠스틱 발라드를 오간 싱글, 고품질의 비디오 등을 내세워 지난 10년간 독특한 아우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왔다. 물론 녹슬지 않은 랩 실력을 늘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정훈](2015) 이후,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흙]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흙]은 마지막 "Woof Remix"를 제외하면 3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에 마치 1막과 2막으로 나뉜 듯한 과감한 구성을 둔다. 건반 멜로디 루프가 귀를 잡아끌며 시작하는 "갱신"부터 "통"까지는 작정하고 제이통의 거친 랩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안 캐시(Ian Ka$h)가 주조한 웅장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트랩(Trap) 비트와, 발음의 강세를 적극 활용하고 파열음을 의도해 리듬감을 만드는 랩의 맞물림이 주는 쾌감은 대단하다.

     

    물론 이 구간이 제이통 랩의 정점이라 하기는 어렵다. [부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Pinecone Rock", "오 직 직 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연보호", 조센 세비지"에서 들려준 가사적인 성취를 "통" 정도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장함에 집중한 가사를 듣다 보면, 명확한 주제와 이를 풀어내는 엉뚱한 유머, 강렬한 어휘의 절묘한 조합이 얼마나 큰 강점이었는지 새삼 떠올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무드 형성 외에는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영어 가사의 비중이 높아져, 반대로 줄어든 고유한 가사의 비중이 더욱 아쉽다.

     

    "Goat"부터는 내면의 상념을 진솔하게 꺼내 보여주려는 곡들이 이어진다. 힘을 빼고 톤을 낮춰 읊조리듯 노래를 부르는 제이통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긴 듯해 인상적이다. 하지만 보컬 능력은 여러 면에서 곡 전체를 끌고 갈만한 완급조절이 부족해, 가사가 담으려 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 "도레미"에서 원슈타인(Wonstein)이 등장해 후반부 하이라이트를 손쉽게 가져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감정을 툭툭 내뱉듯 부르는 "자연재해"에서의 보컬은 놀랍도록 호소력이 짙어 쉽게 잊히지 않는다.

     

    [흙]은 제이통의 음악적 매력과 강점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러나 개별 곡에서, 또 앨범 전체로 바라봐도 그것들이 제대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흙]은 제이통의 강력한 존재감을 훼손할 정도의 앨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산] 이후 음악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될 만큼의 앨범도 아니다.

    8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