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고스트클럽 - Boogie Nights
- rhythmer | 2026-01-16 | 2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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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고스트클럽(Ghvstclub)
Album: Boogie Nights
Released: 2025-12-23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년대 중후반부터 힙합 씬의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이모 랩(Emo Rap)이었다. 록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인 ‘이모’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록과 힙합의 조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마초적인 성향이 강했던 기존의 힙합 음악과는 다르게, 우울, 불안감, 약물 복용, 공허함, 자살 기도 등 인간 내면의 나약한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을 비롯해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릴 잰(Lil Xan), 트리피 레드(Trippie Redd), 고 릴 핍(Lil Peep) 등 여러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모 랩’을 풀어내며 인기를 얻었다. 릴 우지 버트의 히트곡 “XO Tour Llif3”은 이모 랩의 음악적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고스트클럽(Ghvstclub)의 음악은 이모 랩과 맞닿아 있다. 그는 2023년에 발표한 [Misfits]에서 장르의 공격적이고 몽환적인 면을 극대화한 사운드, 랩과 싱잉 랩을 오가는 탄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장르 팬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청춘의 쓸쓸하고 우울한 단면을 현실적이고 노골적인 언어로 묘사한 가사는 고스트클럽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전작 [Enfant terrible] (2024)에서는 “야간주의”, “여신”처럼 록에 더 가까운 곡을 시도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Boogie Nights]는 록의 색깔이 더 짙어진 작품이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부터 “미녀는 괴로워 (Helter Skeler)”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와 “최종병기 그녀”, “부기 나이트” 같은 곡들에서는 힙합의 범주를 벗어나 인디 록, 펑크(Punk) 등 록의 하위 장르들을 재현했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는 신스 팝 사운드를 차용했다. 보컬도 싱잉 랩보다 노래에 가깝게 변모했다.
이러한 시도가 긍정적인 것은 전반적으로 장르를 구현한 완성도가 낮지 않은 덕분이다. 일례로 “해피 데스데이”는 동요처럼 단선적으로 부르는 벌스에서 자연스레 속도를 올려 후렴구로 넘어가고, 후반부에 속도를 잠시 늦춰 극적인 효과를 노린 구성이 인상적이다. 한편, 전반적으로 라임을 강조한 “미녀는 괴로워 (Helter Skeler)”나 “최종병기 그녀”처럼 장르의 경계에 은근슬쩍 발을 걸친 듯한 모습은 그가 힙합을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힙합의 색이 상대적으로 강한 곡들도 완성도가 좋다. 보이스 소스를 디지털 가공한 듯한 신시사이저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비트 위로 싱잉 랩을 뱉는 “문제랑돈99%”, 드럼이 최소화되어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말을 하듯 덤덤하게 플로우를 이어가는 “White”는 고스트클럽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곡들이다. “엿보기 구멍”, “유감스러운 도시”, “부기 나이트”의 중간에 삽입되어 휘몰아치는 랩은 분위기를 환기하며 집중력을 올려준다.
고스트클럽은 앨범 전반에 걸쳐 사랑을 노래한다. 세상이 일방적으로 정한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욕망과 우울의 늪 속에서 내일이면 잊어버릴 만남을 하고 후회와 죄책감을 위악으로 덮는다. 누구보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깊어지는 감정이 두려워 이를 자신의 손으로 망쳐버린다. 거칠지만 섬세한 감정 표현과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White”에서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 묘사는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랑돈99%”, “White” 정도를 제외하고 소설, 영화, 만화 등 다른 콘텐츠에서 제목을 따온 것도 흥미롭다. 같은 소재를 정반대로 그려낸 만화 [미녀는 괴로워]와 [헬터 스켈터]의 제목을 합쳐 연인에 대한 애증을 드러낸다거나, 포르노 배우의 흥망성쇠를 그린 영화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 (1997)의 제목을 따와 감정보다는 관심과 환호에 무조건 반응하는 내면을 그려내는 식이다. 제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곡들도 있지만, 원작을 알고 있다면 더 폭넓은 감상이 가능하다.
“부기 나이트”는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면 마지막 곡으로, 앨범의 주제를 관통한다. 앞서 나오는 “랍스터”와 “오즈의 마술사”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다른 곡에 비해 멜로디가 단선적으로 이어지고 프로덕션도 특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려워 귀에 남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그래서 “부기 나이트”까지 가기 전에 집중력이 흐려져서, 다소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는 인상이다.
고스트클럽은 등장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오고 있다. 기성 래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보다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Boogie Nights]가 그리는 청춘과도 닮았다. 소위 ‘주류’라고 불리는 미디어 속 이미지 바깥에서 현실의 삶을 살며 불완전하지만, 사랑을 꿈꾼다. 힙합과 록 사이에 걸쳐 어느 쪽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프로덕션과 랩과 노래를 오가는 보컬도 마찬가지다. 선을 넘어서 본인만의 확고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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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ger (2026-01-20 21:27:49, 211.241.125.**)
- 3집 앙팡테리블부터 락 사운드를 좀 쓰더니 이번 앨범에서 아예 락 사운드로 색이 확고하게 잡혀서 되게 잘 들었는데 3.5점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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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deon (2026-01-19 06:30:13, 218.237.62.***)
- 와 고스트클럽도 조명해주네
미스피츠앨범 진짜 잘들었는데 반갑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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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1n (2026-01-16 20:09:01, 1.245.106.**)
- 기대 이상이었음
음악 진짜 잘하시는 거 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