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리뷰] 수민 - dinnermode
    rhythmer | 2026-08-30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수민
    Album: dinnermode
    Released: 2026-08-13
    Rating:
    Reviewer: 황두하









    수민(SUMIN)은 한국 알앤비 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아티스트다. [Beat, And Go to Sleep] (2016)으로 등장한 이래 작사, 작곡, 편곡과 가창을 아우르는 역량을 바탕으로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그중에서도 정규 1집 [Your Home] (2018)은 다양한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과감한 프로덕션, 선명한 멜로디와 개성적인 가사가 맞물린 작품이다. 발표 당시에도 보기 드문 걸작이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한국 알앤비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남았다. 프로듀서 슬롬(Slom)과 함께한 [MINISERIES] (2021)와 [MINISERIES 2] (2024) 역시 두 사람의 뚜렷한 색과 좋은 호흡을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dinnermode]는 정규 1집 이후 약 8년 만에 발표한 수민의 솔로 정규 앨범이다. 정규 1집에서 재기발랄한 감각이 두드러졌다면, 이번에는 한층 여유롭고 성숙해진 면모가 중심에 놓인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팝과 보사노바,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를 품으며 수민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강조다. 슬롬과 함께한 [MINISERIES] 연작에서 비교적 팝적인 감각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dinnermode]에서는 신시사이저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가 앨범의 색을 결정한다. 이는 왜 수민의 솔로 앨범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Taxi Talk”와 “Table”이 대표적이다. 낮게 읊조리며 몇 가지 단어를 반복하는 보컬과 넘실대는 베이스라인, 신시사이저가 맞물리며 알앤비와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가로지른다. 특히 “Taxi Talk” 후반부에서 변주가 이루어지고 상이한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차례로 등장하는 구간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택시의 움직임을 소리로 포착한 듯하다. 장면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수민의 사운드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장르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곡들도 빼어나다. “그냥”, “+82”, “성인가요”는 감각적이고 중독적인 멜로디와 단출하면서도 치밀한 프로덕션이 맞물리며 한 곡 한 곡 뇌리에 남는다. 특히 “성인가요”는 느릿하게 흐르는 묵직한 베이스와 디지털로 가공한 보컬 소스가 어우러져 뭉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신시사이저와 여러 겹의 보컬 코러스가 맞물려 함께 상승하는 마지막 구간은 곡이 쌓아온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고조한다.

    마지막 트랙 “침몰”로 앨범의 흐름을 정리하는 방식도 좋다. 오르간과 신시사이저만으로 차분하게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드럼이 추가되며 서서히 밀도를 높인다.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으면서 앞선 곡들의 분위기를 아우르고 앨범을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악기의 배치와 조합에 흠잡을 데가 없으며, 어느 한 곡도 흐름을 깨지 않는다. 필요한 소리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서로 다른 질감의 소리를 정교하게 조합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춤 없이 듣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축은 수민의 보컬이다. 음절을 짧게 끊어 치거나 멜로디의 끝을 길게 늘이며 그루브를 만드는 솜씨가 탁월하다. 탄탄한 가창력뿐만 아니라 곡마다 화자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능력도 뛰어나 어떤 스타일에서도 자연스럽게 몰입을 이끈다. 피처링 게스트 없이도 앨범이 풍성하고 다채롭게 들리는 이유다. 큰 폭의 고저 변화 없이 짧은 구절을 반복하는 “Table”이 긴장감을 잃지 않는 것 역시 리듬과 뉘앙스를 세밀하게 바꾸는 수민의 보컬 덕분이다.

    사랑과 삶을 다루는 방식도 한층 성숙해졌다. [Your Home]이 독특한 단어의 조합으로 사랑의 감정을 낯설고 재기발랄하게 포착했다면, [dinnermode]는 보다 일상적인 언어와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관계와 삶의 단면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82”와 “Seoul, Seoul, Seoul”을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Seoul, Seoul, Seoul”이 바쁜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에 가까웠다면, “+82”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안기는 외로움과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옮긴다. 서로 어긋나는 애매한 관계를 그린 “Taxi Talk”와 연인의 하루를 따라가며 연애의 가장 농밀한 순간을 포착한 “성인가요”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직접 규정하거나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청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며 폭넓게 감상하고 공감할 여지가 생긴다.

    수민이 첫 EP를 발표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dinnermode]는 그 세월과 커리어를 거치며 더욱 깊고 넓어진 수민의 세계를 압축한 작품이다. [Your Home]처럼 듣자마자 탄성을 자아내기보다는, 곱씹어 들을수록 세밀한 소리와 감정이 드러나며 마음에 오랫동안 스며든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솔로작과 협업작을 발표하면서도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 흑인음악 씬에서 이처럼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온 아티스트는 수민이 유일하다. [dinnermode]는 흠잡을 데 없는 수민의 경력에 더해진 또 하나의 걸작이다.

    11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