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지바노프 - Talking Book 2
- rhythmer | 2026-10-04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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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지바노프
Album: Talking Book 2
Released: 2026-09-21
Rating:



Reviewer: 황두하
지바노프(jeebanoff)의 네 번째 정규앨범 [Talking Book 2]는 EP [Talking Book] (2020)에 이어 오랜 협업자 플랜에잇(plan8)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사운드와 보컬이 긴밀하게 맞물린 알앤비를 들려준다. 곡마다 악기 조합에 차이를 두면서도 지바노프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분위기는 일관되게 유지된다. 앨범을 관통하는 것은 두 음악가가 함께 다듬어온 편안함이다.
프로덕션의 중심에는 신시사이저와 건반, 드럼이 있다. 플랜에잇은 이 기본적인 틀 안에서 피아노와 기타, 베이스를 활용하며 곡의 질감을 바꾼다. 악기의 구성이 달라져도 보컬과 반주의 어울림은 안정적이다. 각각의 존재감을 내세우기보다 하나의 노래 안에서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멜로디도 그 위에 무리 없이 자리 잡는다. 익숙한 재료를 조합하는 감각과 곡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이 음악을 지탱한다. 앨범을 편하게 이어 듣게 되는 이유도 이처럼 어느 한 요소가 따로 움직인다는 인상이 적기 때문이다.
“그냥 잠깐”과 “내가 아니면”은 이러한 어울림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각각 피아노와 베이스, 피아노와 기타를 활용하며 비슷한 건반 중심의 구성 안에서도 서로 다른 조합을 들려준다. “Love game”과 “기억해”에서는 신시사이저와 건반에 기타가 더해져 또 다른 질감을 만든다. 피아노를 활용한 곡과 신시사이저의 비중이 큰 곡들이 같은 앨범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 또한 좋다. 곡의 개별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플랜에잇의 프로덕션은 이런 작은 차이를 통해 앨범의 분위기를 고르게 이어간다.
지바노프의 보컬도 프로덕션의 매력을 살린다. 목소리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곡 안에 잘 어우러지고, 노래가 가진 정서를 무리 없이 전달한다. 지바노프 자신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코러스 역시 앨범의 통일된 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편곡의 재료가 달라져도 목소리의 질감이 곡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가창을 돋보이게 하는 것과 노래 전체를 이끄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가 좋다. 그 덕분에 보컬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반주를 포함한 곡 전체의 매력을 함께 느끼게 된다.
후렴에서도 자연스러운 전달력이 돋보인다. “그냥 잠깐”과 “기억해”는 짧고 일상적인 말을 반복하며 노래의 중심을 잡는다. 간결한 구절이 돌아올 때마다 곡의 핵심이 또렷해지고, 멜로디를 따라가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지바노프의 보컬은 이런 구절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며 노래를 이끈다. 익숙한 문장을 선율에 얹었을 때의 어색함이 적고, 말과 멜로디가 잘 붙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알앤비의 장르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래로 풀어내는 솜씨가 앨범 전반의 듣는 즐거움을 만든다.
가사는 이별을 일상의 장면으로 옮겨 놓아 음악에 구체적인 감정을 더한다. “그냥 잠깐”에 등장하는 잠옷과 음식, 사진은 상대가 떠난 뒤에도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게 하는 흔적이다. “휴지통”에서는 함께 사용하던 물건들이 버려진 모습을 통해 이별을 실감하고, “Bed”에서는 이불과 비어 있는 옆자리가 상대의 부재를 환기한다. 모두 사소한 대상이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남아 있다. 슬픔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화자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짐작하게 하는 장면들이다. 덕분에 앨범의 그리움은 생활 속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미숙함과 모순을 감추지 않는 화자의 태도도 노래에 현실감을 더한다. “내가 아니면”에서는 혼자 키운 기대였음을 알면서도 상대를 원망하고, “Love game”에서는 관계를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고 여겼던 오만과 솔직하지 못했던 잘못을 드러낸다. 이런 모순은 후반부에도 이어진다. “Near me”에서는 마음이 남아 있으면서도 관계에서 거리를 두려 하고, “변명”에서는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가까워져서는 안 될 상대에게 끌린다. 서로 다른 상황을 다루지만,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리고도 마음을 뜻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애틋함에 이기심이 섞이고 후회와 미련이 반복되는 모습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열 곡을 약 30분 안에 담은 구성도 적절하다.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곡들이 이어지지만 분량이 부담스럽게 늘어지지는 않는다. 악기 조합의 차이가 작은 변화를 주고, 한 곡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에도 감상의 호흡이 이어진다. 어느 곡을 따로 들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전편을 감상할 때 두 사람의 호흡이 더 잘 드러난다. 짧은 분량 안에 곡들을 고르게 담아내며 앨범 단위로 듣는 즐거움을 확보했다.
다만, 곡들이 워낙 매끄럽게 이어지다 보니 그 안에서 확실하게 귀를 잡아끄는 순간은 부족하다. 각 곡의 만듦새는 고르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나면 특정한 대목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Talking Book 2]는 지바노프와 플랜에잇이 함께 쌓아온 호흡이 잘 드러난다. 익숙한 장르의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고, 목소리와 반주를 조화롭게 엮으며, 곡마다 안정적인 완성도를 유지한다. 두 음악가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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